"난 이 게임 해봤어요"…'수익률 생존' 위해 고수가 택한 투자처 [이시은의 투자고수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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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게임을 해봤어요"…'수익률 생존'을 위해 고수가 택한 투자처 [이시은의 투자고수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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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홍 머스트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 /사진=임형택 기자

정기홍 머스트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 /사진=임형택 기자

“스마트폰의 내구성 테스트를 할 때는 흙으로 문지르고 드릴로 갈기도 하죠. 그런 ‘극한의 상황’에서도 견딜 안전한 주식을 찾아야 합니다.”

정기홍 머스트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1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증시도 하락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투자에 골몰하는 중”이라며 “지난해 대세였던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 대표주나 ‘K푸드’ 관련주는 험난한 장세를 버틸 것으로 관측한다”고 말했다. 그는 운용업계 인물을 여럿 배출한 서울대 주식투자 동아리 ‘스누밸류’의 설립자 출신이다. 2009년부터 머스트자산운용에서 가치투자를 기치로 삼고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그가 참여한 펀드 수익률은 하락장인 지난해에도 50~60% 수익률을 기록했다.

韓 지난해 주도주, 올해도 힘 받는다

새해 들어 코스피지수는 반등 폭이 4%를 넘어서는 등 전년 대비 개선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연내 강달러가 완화하면 증시에 본격적인 온기가 드리울 것이란 기대도 있다. 하지만 정 CIO는 “지수 상단을 가늠하며 거시적인 시장 환경을 전망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주의”라며 “당장 수급이 메마르더라도 상승할 수 있는 투자처를 찾아야 포트폴리오가 흔들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올해 역시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이후의 정책 향방, 국내를 뒤덮은 정치적 불확실성 등 가늠이 어려운 변수는 여전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주목하는 투자처는 밸류업 관련주다. 정 CIO는 “정책에 억지로 동참하려는 가짜들 사이에서 진짜를 찾아내야 한다”며 “최대주주와 경영자가 동일하고, 그 경영자도 주가 상승과 배당을 바랄 때 일반 주주도 이득을 볼 수 있는 것이 밸류업의 기본적인 세계관”이라고 했다. 조건에 대표적으로 해당하는 종목이 메리츠금융지주다. 이 회사는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직접 나서 ‘대주주 1주와 소액주주 1주는 같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그 역시도 배당을 많이 받아가는 기업인 순위에서 항상 상위권을 차지한다. 주가는 최근 1년간 83.53% 상승했다. 올해 역시 메리츠금융이 주주환원 강화를 강조하고 있어 투자 포인트가 훼손되지 않았다고 했다.

K푸드도 그의 관심사다. “SNS 데이터를 집계해보면, 잠재된 수출 실적이 경쟁사를 아득히 초월할 기업들이 있다”는 설명이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은 현재 SNS 관련 영상이 1200만 개, 누적 조회 수가 4억회에 달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수출액을 바탕으로 내년도와 2026년까지 19.27~25.02%까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정 CIO는 “불닭볶음면은 구글 트렌드 지표로는 코카콜라, 프링글스 등 글로벌 식음료 키워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며 “단기 고점에 대한 부담은 있지만 흐름을 놓치면 안 될 상장사”라고 짚었다.

"美 심해 석유株 '비대칭적 기회' 가능성"

정기홍 머스트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 /사진=임형택 기자

정기홍 머스트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 /사진=임형택 기자

머스트자산운용 포트폴리오의 중심은 국내 주식이지만, 미국 주식은 어느덧 방관할 수 없는 투자처가 됐다. 정 CIO는 “인공지능(AI) 우량주로 방어를, 에너지 관련주로 공격을 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 AI 종목에 대해선 “아무리 리서치를 깊이 한다 해도, 다른 투자자들과 차별화가 쉽지 않은 영역”이라며 “투자가 기술을 낳고,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을 펼치는 ‘매그니피센트7(M7)’ 투자가 안전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시장에 실망감을 안겼던 생성형 AI ‘애플 인텔리전스’의 영향으로 애플에는 판단을 보류하고 있다.

에너지 관련주를 통해선 ‘비대칭적 기회’ 노린다고 했다. 정 CIO는 “트럼프 당선인 취임 이후 셰일가스 생산량이 증가할 것이란 게 대부분의 관측인데, 사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생산량이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을 보이는 상황”이라며 “만약 에너지 부족이란 의외의 상황이 오면 그간 셰일가스 때문에 주가가 짓눌려 있던 심해 석유 밸류체인(가치사슬) 관련주들이 도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시추선 기업 트랜스오션·노블·발라리스, 해양 선박업체 타이드워터와 노르웨이에 상장된 DOF그룹 등이 관련주로 언급된다.

정 CIO는 투자 종목에 대해선 ‘나만의 숫자’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기업을 해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만의 숫자는 향후 18개월간 기업의 이익을 투자자가 직접 예측해보는 것을 말한다”며 “증권사 등 다른 기관의 추정치와 그 근거를 모두 이해한 상태여야만 도출할 수 있다”고 했다. 주변의 포트폴리오에 대해서도 과한 신경을 쓰지 말라고 조언했다. 남의 판단과 수익률을 끌어오는 순간 원칙과 포트폴리오는 무너진다고 했다. 그는 “스스로가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참가자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며 “시장은 점점 어려운 문제를 던지는데, 결국 살아남는 법은 스스로가 생각한 숫자와 시나리오를 무기로 삼아 갈 길을 가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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