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골키퍼 조현우가 9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제주와 홈경기에 마스크를 쓰고 나왔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국가대표 수문장 조현우(34)가 돌아왔다. ‘마스크 투혼’을 불태운 그는 울산 HD와 국가대표팀 모두에 든든한 버팀목이다.
조현우는 9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제주 SK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4라운드 홈경기에서 노련한 경기운영과 안정적인 선방 능력으로 2-0 승리에 힘을 보탰다. 특히 후반 3분 골문 구석을 향한 김준하의 슛을 몸을 던져 막아내는 장면은 백미였다.
1개월여 만에 그라운드를 다시 밟았지만 실력은 녹슬지 않았다. 지난달 12일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와 2024~2025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동아시아권역 리그 스테이지 7차전 원정경기(1-2 패) 도중 상대 선수와 충돌해 코뼈가 부러진 조현우는 수술대에 올랐다.
몸상태는 ‘이상 무’였다. 조현우는 경기가 끝난 뒤 “수술은 잘 됐다. 아직 코뼈가 완전히 붙지 않은 것 같은데 팀 훈련에서 몇 차례 다이빙을 해보니 뛰어도 괜찮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온몸을 던져 그라운드를 뒹굴고, 상대 선수와 부딪칠 위험이 높은 골키퍼 포지션의 특성상 코는 예민한 부위다. 몸이 회복됐다고 하더라도 두려움으로 인해 원래 퍼포먼스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조현우는 꺾이지 않았다. 이날 안면보호 마스크를 쓰고 출전할 정도로 의지가 강했다. “훈련을 통해 무서운 상황들에서 느낄 트라우마를 깨는 데 주력했다. 그 덕분에 달려오는 공격수들을 맞닥뜨리더라도 불안하지 않더라”며 “무엇보다 빨리 경기를 뛰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고 밝혔다.
조현우의 가세는 울산에 큰 힘이다. 올 시즌 리그 4연패와 6월 미국에서 열릴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까지 만만치 않은 도전을 앞두고 있는 터라 ‘건강한’ 조현우는 목표달성의 필수조건이다. 앞선 리그 3경기에서 서브 골키퍼 문정인이 1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조현우의 공백을 잘 메웠으나, ‘넘버원’ 골키퍼의 무게감은 비교하기 어렵다.
대표팀도 걱정을 덜었다. 조현우는 10일 발표된 2026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B조 7, 8차전에 나설 대표팀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최종예선 6경기를 모두 소화한 그의 자리는 이변이 없는 한 쉽게 흔들리지 않을 전망이다.
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