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가 1500억달러, 美 핵잠 건조 역량 강화에 활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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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핵잠 건조 역량 심각한 수준 악화
中 빠른 속도로 美 핵잠 따라잡기 시도
“마스가와 美 핵잠 건조 같이 진행해야”
韓 핵잠은 韓서 건조…투트랙 전략 주장도
‘21세기 차세대 거북선’ 확보 속도 내야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2025.10.29.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2025.10.29. 뉴시스

한미 조선 협력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에 우리 기업이 투자하기로 한 1500억 달러를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 역량 강화를 위해 편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 핵잠은 안정적인 핵연료 공급 방안 확보를 통해 한국에서 자체 건조하는 것이 현실적이며, 미국 핵잠은 미국에서 한국 핵잠은 한국에서 한미 협력하에 건조하는 것이 양국 조선업 발전에 모두 이익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美 핵잠 건조 능력 복원 美 힘만으론 어려워”

4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성공적인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위한 토론회에서 문재인 정부 국가안보실에서 방위산업담당관 등을 지낸 최용선 법무법인 율촌 수석전문위원은 이 같은 주장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 부승찬·김영배·김원이 의원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최 위원은 고질적인 인력 및 공급망 문제, 인프라 부족 등으로 미국의 핵잠 건조 역량이 심각한 수준까지 악화돼 있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최 위원은 발제 자료와 발표를 통해 “마스가는 군함이나 상선 건조 투자로, 핵잠은 핵잠으로 따로 볼 것이 아니라 같이 진행해야 한다”며 “미국의 핵잠 건조 능력 복원은 미국 내 예산 투입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한국 등 동맹국의 외부 생산 능력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 해군은 현재 운용 중인 핵탄두 탑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장착되는 전략핵잠(SSBN) 14척(오하이오급)을 대체하기 위해 컬럼비아급 SSBN 12척 추가 건조를 진행하고 있다. 이 중 2척은 2021년과 지난해 각각 발주했고, 내년부터 2035년까지 추가로 10척을 발주할 계획이다. 퇴역하는 잠수함 전력을 대체하기 위해 2054년까지 재래식 미사일 및 어뢰 등을 탑재한 다목적 공격용 핵잠(SSN)은 총 59척을 건조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미 해군은 이 같은 잠수함 건조 확대를 통해 SSN 66척 보유를 유지한다는 목표를 2017년부터 세워둔 상태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려면 연간 SSBN 1척과 SSN 2척을 동시에 건조해야 하지만 2022년 이후 연간 1.2척 수준에 머무르고, 인력 부족으로 인한 건조 지연으로 건조 잔고도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최 위원 설명이다.

최 위원은 “2023년 미 국방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16척인 핵잠을 2040년까지 70척으로 늘릴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중국의 엄청난 잠수함 전력 확보 속도를 최소한으로만 반영한 예측”이라며 “미국에는 현재 핵잠 건조가 가능한 민간 조선소가 2개뿐이고, 심각한 인력 부족 문제를 겪고 있어 미국 단독 생산만으로는 미군 핵잠 건조에 한계가 많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의 자체 핵잠 건조 역량만으로는 최악의 경우 2054년 SSN이 38척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500억 달러, 한화 필리조선소 등 투자 필요”마스가 투자금인 1500억 달러를 한화그룹이 인수한 미국 내 필리조선소 등에 투자해 핵잠 건조 인프라를 확충하고, 여기서 극도로 민감한 기술인 원자로나 전투 체계 외에 선체 블록 등을 건조하게 하면 미국의 핵잠 건조 역량이 빠르게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최 위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국의 핵잠 건조를 승인하며 필리 조선소에서의 건조를 거론한 건 한국 핵잠을 미국에서 건조하라는 뜻 보다 한미 조선 협력을 토대로 미국의 핵잠 건조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며 “우리가 먼저 마스가의 새로운 방향으로 미군 핵잠 건조에 대한 양국 협력을 제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사청 한국형잠수함사업단 출신인 에스앤에스이앤 류성곤 에스앤에스이앤지 상무도 “국내 업체가 인수한 미국 조선소 또는 국내 조선소에서 미국 핵잠을 포함한 미국 함정 건조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마스가 프로젝트를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잠수함 국산화율 80% 이상…“독자 건조가 해답”

트럼프 대통령이 건조를 승인한 한국형 핵잠은 한국이 독자적으로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미 정부로부터 원자로 등의 핵심 기술을 이전받는 것은 전례가 영국 외에 없어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미국과의 협의를 통해 핵연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독자 개발에 나서는 것이 답이라는 주장이다.

류성곤 상무는 “한국 핵잠은 한국에서 자체 인프라를 활용해 건조하고, 마스가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 핵잠 건조에도 참여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해군 잠수함사령관 등을 지낸 정일식 한국기계연구원 국방기술연구센터장은 “정부는 20여 년 전부터 핵잠 건조 시 발생할 수 있는 기술·법률·외교적 과제를 식별했고, 이를 통해 핵잠 개발을 위한 산업적 기반을 충분히 마련해 놓은 상태”라며 “현재 (재래식) 잠수함 국산화율도 80%가 넘는 만큼 범부처 협의체를 구성해 ‘21세기 차세대 거북선’인 핵잠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도 원종대 국방부 자원관리실장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핵잠 건조는 원자력·소재 등 우리 핵심 산업의 기술 발전을 견인하는 국가적 프로젝트”라며 “우리 정부는 세계적 수준의 잠수함 건조 기술력을 바탕으로 오랜 기간 핵잠 건조를 위한 여건을 단계적으로 마련해 왔다”며 자체 개발 역량을 강조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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