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빌 게이츠 "이제 전선은 AI"…MS의 50살 생일잔치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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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4일(현지시간) 미국 레드먼드 본사에서 개최된 창사 50주년 행사에서 사회자와 대담하고 있다./ 송영찬 특파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4일(현지시간) 미국 레드먼드 본사에서 개최된 창사 50주년 행사에서 사회자와 대담하고 있다./ 송영찬 특파원

“우리는 이제 컴퓨터가 당신의 동반자가 되는 궁극적인 비전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레드먼드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에서 축제 분위기에 진행되던 MS 창사 50주년 행사에 예정에 없던 깜짝 연사가 무대 위에 올랐다. 열화와 같은 환호 속에 등장한 주인공은 바로 50년 전 세계 최강의 정보기술(IT) 업체를 세운 빌 게이츠 MS 창업자. 게이츠 창업자는 “지난 50년 간 가장 성공적인 기업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사람들에게 깊은 힘을 실어주는 비전을 제시한 기업들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이제 전선(戰線)은 지능(intelligence)에 있다”며 “우리는 지난 50년 동안 일어난 일보다 훨씬 더 심오한 무언가의 문턱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4일(현지시간) 미국 레드먼드 본사에서 개최된 창사 50주년 행사에서 열화와 같은 환호 속에 무대 위에 오르고 있다./ 송영찬 특파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4일(현지시간) 미국 레드먼드 본사에서 개최된 창사 50주년 행사에서 열화와 같은 환호 속에 무대 위에 오르고 있다./ 송영찬 특파원

1975년 4월4일 미국 뉴멕시코주의 작은 컴퓨터 회사로 시작한 마이크로소프트(MS)가 창사 50주년을 맞아 인공지능(AI)을 앞세워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AI에이전트(비서)의 기억력·시각·능동성을 대폭 끌어올려 유통·여행 업계를 자사 AI 생태계에 편입시키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드러냈다. 10여년 전 클라우드를 앞세워 ‘PC 중심’ 전략에서 비롯된 위기를 극복했던 것처럼, 이번엔 AI를 전면에 내세워 회사의 체질을 대대적으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특별한 게 없다" 비판받던 코파일럿 대수술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가 4일(현지시간) 미국 레드먼드 본사에서 개최된 창사 50주년 행사에서 기조연설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제공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가 4일(현지시간) 미국 레드먼드 본사에서 개최된 창사 50주년 행사에서 기조연설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제공

MS가 창사 50주년을 맞아 대대적으로 수술한 건 자사 AI 에이전트 ‘코파일럿’이다. 그동안 자사 업무 협업 툴 ‘MS 오피스’ 등을 중심으로 구동되던 코파일럿의 기능을 능동성을 앞세워 진정한 에이전트 형태로 탈바꿈한 게 핵심이다. 기조연설에 나선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이제 수만 개의 조직이 파운드리를 구성해 에이전트를 구축하는 에이전트 공장”이라며 “50년 전 개발자용 도구를 생산하던 회사가 이제는 누구나 개발자가 될 수 있는 플랫폼 회사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가장 대표적인 변화는 AI 에이전트가 사용자의 선호를 미리 파악해 쇼핑과 각종 예약도 할 수 있게 했다는 점이다. MS는 이날 부킹닷컴, 익스피디아, 카약, 오픈테이블, 스카이스캐너 등 여러 여행 및 예약 플랫폼들이 제휴를 발표하고 코파일럿에 물건을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이들 플랫폼 구매 사이트에 연결되도록 했다.

향후 몇 주 내에 출시하는 ‘코파일럿 액션’ 기능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AI 에이전트가 스스로 예약이나 구매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능동성을 갖춘 AI 에이전트가 스스로 온라인에서 작업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오픈AI의 ‘오퍼레이터’, 앤스로픽의 컴퓨터 유즈와 비슷한 기능이지만, 차이가 있다면 코파일럿이 MS가 장악한 PC 운영체제(OS), 클라우드, 업무 협업 툴 시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유통 및 여행 업체들을 자사 코파일럿 생태계 안으로 편입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웹에서만 구동되던 ‘비전’ 기능도 모바일에서 구현했다. 비전은 구글의 ‘구글 렌즈’처럼 웹사이트상의 사진 등을 스캔해서 정보를 알려주는 기능이다. MS는 이날 코파일럿 비전을 모바일용으로 출시하며 AI 에이전트가 휴대폰 카메라를 통해 보는 물체에 대해서도 말할 수 있도록 했다. 걷다가 이름이 궁금한 식물이 있으면 간단히 스마트폰으로 촬영만 하면 코파일럿이 등장해 어떤 식물인지를 알려주는 방식이다. 카메라를 통해 AI 에이전트에 시각을 부여한 것이다.

무스타파 술레이만 마이크로소프트(MS) AI사업부 CEO가 4일(현지시간) 미국 레드먼드 본사에서 개최된 창사 50주년 행사에서 코파일럿의 개편을 발표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제공

무스타파 술레이만 마이크로소프트(MS) AI사업부 CEO가 4일(현지시간) 미국 레드먼드 본사에서 개최된 창사 50주년 행사에서 코파일럿의 개편을 발표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제공

‘초개인화’ AI 에이전트를 구축하기 위해 기억력도 끌어올렸다. AI 에이전트가 과거 사용자와의 대화를 기억해 지인들의 생일, 사용자가 즐겨보는 영화를 기억하고, 사용자의 음식 선호도까지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사용자들이 코파일럿을 커스터마이징(맞춤형 제작)할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AI가 사용자에 대해 기억하는 정보 유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 개인 정보 침해 논란을 차단했다. 무스타파 술레이만 MS AI사업부 CEO는 “이제 코파일럿은 사용자의 삶의 맥락에서 사용자를 이해하고 사용자의 조건에 따라 적시에 적절한 방식으로 나타난다”며 “이번 개편의 목적은 AI를 더욱 개인화해 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AI로 위기 극복하겠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스티브 발머 MS 전 최고경영자(CEO), 사티아 나델라 현 CEO가 4일(현지시간) 미국 레드먼드 본사에서 개최된 창사 50주년 행사에서 대담하고 있다./ 송영찬 특파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스티브 발머 MS 전 최고경영자(CEO), 사티아 나델라 현 CEO가 4일(현지시간) 미국 레드먼드 본사에서 개최된 창사 50주년 행사에서 대담하고 있다./ 송영찬 특파원

가수 앨런 스톤의 공연으로 막을 올린 이날 MS 창사 50주년 행사에는 예기치 못한 난관도 있었다. 직원으로 추정되는 반(反)이스라엘 시위자가 행사 중간 “MS가 이스라엘 군대에 AI 무기를 판매하고 있다”고 외쳐 기조연설이 잠시 중단된 것이다. 이후에도 또 다른 시위자가 세 창업자를 향해 “위선자”라고 외치기도 했다. 행사가 세계 각국의 언론과 인플루언서가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만큼 시위대가 기습 시위를 벌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 조치로 기술주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지만, MS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56% 떨어지는 데 그쳐 비교적 선방했다.

일부 소란에도 불구하고 이날 현장 분위기는 가족 같았다. 특히 이날 행사의 초점은 과거의 50년을 돌아보는 것보다는 앞으로의 50년을 바라보는 데 맞춰졌다. 행사의 열기는 배우 브렌다 송이 사회를 보는 가운데 빌 게이츠, 스티브 발머, 사티아 나델라 등 전현직 CEO 3명이 모두 무대 위에 올랐을 때 최고조로 올랐다. 현재 미국 프로농구(NBA) LA레이커스의 구단주인 발머 전 CEO는 게이츠 창업자를 향해 “50년 뒤에는 이 자리에 다른 사람들이 앉아있을 가능성이 높지만 그들도 우리처럼 정말 대단한 일을 했다고 말하는 게 내 소망”이라고 말했다. 나델라 CEO는 “설립 100주년 행사 때도 회사가 지금과 같이 사람들에게 힘을 주는 비전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MS는 창사 50주년을 맞아 사업의 무게추를 AI 중심으로 옮긴다는 계획이다. 특히 오픈AI와의 사실상 결별 수순에도 자체 AI를 강화하는 전략을 펼친 것에 시장도 주목했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MS는 프랜차이즈 밸류가 없는 업계에서 10~20년간 어떻게 계속 중요한 기업으로 남을 수 있었는지 생각해 봤다”며 “그 이유는 기술 패러다임의 변화 때마다 고객, 파트너, 직원들과 계속해서 관계를 유지해왔기 때문이었고 오늘도 그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레드먼드=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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