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수X마르끼오 보사, 시간과 국경을 넘은 ‘빛의 프로젝트’ 루치(Lu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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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류아크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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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되고픈 어둠의 자아’…류지수 MV의 미러링 춤에 담긴 메시지
유럽을 사로잡은 그 노래, 이젠 한국에서 영상 예술로 다시 태어나다
류지수 “뮤직비디오는 기도이자 선언…세상의 어둠을 향한 빛의 언어”

이탈리아 대표 보사노바 그룹 마르끼오 보사(Marchio Bossa)의 대표곡 ‘LUCI(루치)’가 20년 만에 다시 빛을 발하고 있다. 한국의 소울팝 보컬리스트 류지수의 목소리로 재탄생한 이번 리믹스는 단순한 커버를 넘어 음악과 영상, 메시지를 모두 아우르는 완성도 높은 프로젝트로 주목받는다.

‘LUCI’는 ‘빛’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원곡은 2000년대 초반, 마르끼오 보사의 초창기 앨범 ‘No Bossa No Party’에 수록된 타이틀곡으로, 전 세계 라운지 음악 팬들 사이에서 꾸준히 회자돼 온 명곡이다.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한 이 곡은 JTBC ‘팬덤싱어’ 왕중왕전에서 라비던스의 우승곡으로 재조명된 바 있다.

2025년 리믹스 버전은 기존의 라틴 감성 위에 류지수 특유의 감정선과 댄서블한 비트가 얹혀졌다. 풍성한 코러스와 기타, 베이스 리듬이 인트로부터 몰아치며, 클래식한 보사노바가 세련된 클럽 음악처럼 탈바꿈한다.

이번 곡에서 가장 주목할 지점은 뮤직비디오다. 류지수가 직접 기획하고 콘티를 구성했으며, 한국에서 촬영한 장면을 이탈리아에서 편집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영상은 ‘빛이 되고 싶은 어둠’이라는 철학적 메시지를 형상화한 구성으로, 댄스뮤직의 MV를 뛰어넘는 영상 예술의 경지에 도달했다는 평이다.

초반부에는 고요하고 차가운 가수 분장실에서 조명이 켜지는 장면으로 시작되며, 이후 빛이 공간을 채워나가는 시각적 흐름을 통해 ‘어둠의 이면에 존재하는 가능성’을 암시한다. 벨라루스 출신 댄서 키리아나(Katsiaryna Chyrskaya)와 류지수가 함께 선보이는 ‘미러링 댄스’는 하이라이트다. 두 사람은 서로를 비추듯 대칭 동작을 통해, 내면에 숨은 자아와 그 자아가 지향하는 ‘빛’의 정체성을 섬세하고도 우아하게 그려냈다.

류지수는 “뮤직비디오를 기획하며 확신했던 건, 세상의 모든 어둠은 결국 빛을 통해 밝혀진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치유의 빛과 같은 다양하고 화려한 조명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뮤직비디오 중 분장실 한 장면

뮤직비디오 중 분장실 한 장면

류지수와 벨라루스 출신 댄서 키리아나의 미러링 댄스 장면

류지수와 벨라루스 출신 댄서 키리아나의 미러링 댄스 장면

화려한 빛과 리듬 속에서 영상은 가볍지 않은 질문을 던진다. “어둠이 없었다면 우리는 빛을 알 수 있었을까?” 류지수는 댄서와 함께 무표정한 얼굴로 카메라를 응시하거나, 때로는 등을 보인 채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장면을 통해 빛과 그림자의 공존을 시각적으로 해석해냈다.

음악적으로는 ‘LUCI’가 지닌 원초적인 리듬과 감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재즈 트럼펫과 소울풀한 코러스, 그리고 일렉트로닉한 질감이 섞이며 새로운 청각적 지층을 형성한다. 이 곡의 원작자이자 프로듀서인 피에로 롬바르도(Piero Lombardo)는 “물리적 거리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우리가 나눈 시간과 노력들이 반드시 보답을 해줄 것이라 믿는다”라고 전했다.

마르끼오 보사와 류지수의 합작 프로젝트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 이탈리아에서 먼저 시작됐다. 비대면으로 시작된 앨범 작업은 10곡 이상의 발표로 이어졌고, 류지수는 유럽과 미국의 라디오 차트를 오르내리며 진정한 글로벌 아티스트로 성장했다.
그는 “처음엔 언어, 문화, 기획 방식의 차이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내 생애에 다시 오지 않을 기회와 경험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되새기며 극복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LUCI’는 단순한 리메이크곡이 아니다. 빛과 어둠, 예술과 기술, 국가와 국가, 장르와 장르를 넘나드는 새로운 예술적 실험이다. 류지수와 마르끼오 보사의 만남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협업의 전형이며, 이 노래가 들려주는 메시지처럼 ‘세상의 모든 어둠 속에도 반드시 빛이 존재한다’는 믿음을 담고 있다.

공식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채널 ‘류지수 SOULTV’와 ‘Gusto Italiano’ 등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이탈리아 텔레노르바 TV의 ‘POMERIGGIO NORBA’ 토크쇼에 출연한 마르끼오 보사. 가운데 화면에 류지수가 보인다.     

이탈리아 텔레노르바 TV의 ‘POMERIGGIO NORBA’ 토크쇼에 출연한 마르끼오 보사. 가운데 화면에 류지수가 보인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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