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다시 불렀다.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이 이끄는 대한항공은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OK금융그룹(현 OK저축은행)을 꺾고 V-리그 최초 4년 연속 통합우승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구단 역대 다섯 번째 우승.
대한항공이 통합 4연패를 달성하는 데 있어서 이 선수의 역할이 컸다. 바로 막심 지갈로프(등록명 막심).
러시아 국가대표 출신으로 중국-아랍에미리트-카타르-폴란드 등 다양한 해외리그 경험이 있는 막심은 당시 챔프전 일주일을 앞두고 대한항공이 선택한 외인이었다. 대한항공은 무라드 칸(등록명 무라드)의 기복 있는 경기력 및 개인 기량 부족 판단을 이유로 챔프전을 앞두고 막심을 과감하게 교체했다. 챔프전이 끝나면 카타르로 돌아가 두 개의 컵대회를 뛰어야 하는 ‘알바’ 신분임에도 한국에 와 화제가 됐다.
챔프전을 앞두고 MK스포츠와 인터뷰를 가졌던 막심은 “이전부터 오퍼가 있었다. 타이밍이 맞아 올 수 있었다. 대한항공이 새로운 역사를 준비한다고 들었다.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했었다.
1차전 20점 공격 성공률 44%, 2차전 19점 공격 성공률 50%, 3차전 13점 공격 성공률 54%로 활약한 막심은 단 세 경기만 뛰고 한국에서 우승 반지를 챙겼다.
지난 5월 열린 트라이아웃에서는 선발되지 못했지만, 올 시즌에도 그를 V-리그에서 보고 있다. 대한항공이 3.57%의 기적을 뚫고 선발한 1순위 외인 요스바니 에르난데스(등록명 요스바니)가 우측 견관절 회전근개 파열 진단을 받은 것. 빠른 복귀를 위해 재활에 전념하고 있지만, 당분간 출전이 힘들다. 그래서 대한항공은 이번에도 막심에게 ‘SOS’를 청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시즌 대한항공 선수단과 함께한 경험을 바탕으로 즉시 투입이 가능하여 팀 전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전했다.
막심이 뛰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대한항공은 3승 3패 승점 11점에 그치고 있었다. 요스바니뿐만 아니라 김규민, 이준, 정성민 등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디펜딩 챔피언답지 않은 모습을 보였었다.
그러나 막심이 합류한 이후 대한항공은 우리가 알던 대한항공으로 돌아왔다. 2라운드 첫 경기 KB손해보험전부터 막심이 뛰기 시작했다. KB손해보험전 3-1승, 우리카드전 3-1 승, 한국전력전 3-0 승 그리고 OK저축은행전에서 3-0 승리를 가져오며 파죽의 4연승과 함께 승점 12점을 싹쓸이하며 현대캐피탈(승점 20점 7승 2패)을 내리고 선두로 등극했다.
막심의 활약도 좋다. 한선수와 찰떡궁합이다. KB손해보험전 21점 공격 성공률 48.65%, 우리카드전 26점 공격 성공률 57.5%, 한국전력전 15점 공격 성공률 48%를 기록했다. 그리고 OK저축은행전에서는 24점에 공격 성공률이 무려 62.5%였다. 지난 시즌 챔프전 세 경기 포함해 V-리그 입성 후 가장 좋은 공격 성공률이었다.
대한항공과 다시 손을 잡은 막심. 요스바니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는다. ‘알바’ 신분이지만, 그 이상을 해주고 있다.
[이정원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