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은 과학의 결정체”…2300종 먹은 라면평론가 지영준

8 hours ago 3

서울 중구의 한 편의점을 찾은 관광객이 라면을 고르는 모습. 2026.4.26 뉴스1

서울 중구의 한 편의점을 찾은 관광객이 라면을 고르는 모습. 2026.4.26 뉴스1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음식 같지만, 라면은 엄청난 과학과 기술이 쌓인 ‘산업의 최첨단’입니다. 한국 반도체가 세계 최강이듯, 한국 라면 산업도 세계 최강이거든요.”

라면 평론가 지영준(37) 씨의 말이다. 8일 전화로 인터뷰한 그는 봉지 하나에 담긴 분말스프와 건더기, 면 모두 수많은 사람의 오랜 연구가 응축된 결과물이라고 했다. 라면이 쉬워 보이지만 맛과 가성비를 위해 자동화와 효율화가 극단까지 이뤄진 과학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지 평론가와 라면의 인연은 군대에서 시작됐다. 수능을 네 번 치르고도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한 채 입대한 그는 매점 라면을 하나씩 맛보며 위안을 얻었고, 그 경험을 나누고 싶어 2013년 ‘라면 정복자 피키’라는 이름으로 라면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며 취미로 이어오다 2023년 교단을 떠나 전업 라면 평론가가 됐다. 지금까지 맛보고 평가한 라면이 2300여 종에 이른다. “라면이 세계 최고로 인정받고 한국인이 가장 많이 먹는데도, 정작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사람이 없다는 게 아쉬웠다”는 것이 그가 라면평론가에 도전한 이유다. 협찬 없이 직접 라면을 사 먹으며 평가해 온 그는 한 주에 라면을 15~20개씩 먹는다.

2024년 펴낸 전작 ‘라면의 역사’(깊은나무)가 어디에도 정리된 적 없던 한국 라면의 내력을 다뤘다면, 최근 출간한 ‘라면의 과학’(깊은나무)은 식품학과 과학에 초점을 맞췄다. 면은 왜 꼬불꼬불한지, 왜 노란색인지, 스프와 건더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등 가볍게 넘겨온 물음을 식품공학과 교수와 연구원, 기업 관계자를 두루 취재해 풀어냈다. 그는 “비전문가로 취재하는 데 한계를 느꼈다”며 한국방송통신대 식품영양학과에 편입해 대학원을 목표로 직접 공부하고 있다.

그가 가장 공들인 대목은 라면을 둘러싼 오해를 바로잡는 일이다. 먼저 영양이다. 그는 “라면이 영양가 없고 몸에 해로운 음식처럼 여겨지는 게 속상했다”며 라면은 본래 식량난 해결을 위해 도입된 영양식품이었다고 말했다. 2020년 한국영양학회 기준으로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율이 이상적이었다. 다만 2025년 한국영양학회 기준으로는 단백질이 다소 부족한 쪽으로 평가가 바뀌어, 계란이나 고기를 더하면 균형이 잡힌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MSG에 대한 오해도 짚었다. 그는 “라면 회사들이 MSG가 몸에 나빠서 뺀 게 아니라, 소비자가 싫어해서 뺀 것”이라고 했다. 오히려 MSG는 소금과 함께 쓰면 짠맛을 끌어올려 나트륨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 라면은 양 대비 나트륨 함량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축”이라며, 허용 범위 안에서라면 건강에 해롭지 않을 뿐 아니라 소금을 줄여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지 평론가의 꿈은 라면 박물관과 ‘라면 학과’를 세우는 데 힘을 보태는 것이다. “반도체 학과가 있듯, 세계 최강인 라면도 전문적으로 공부할 곳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우리가 쉽게 먹던 라면에 ‘이렇게 많은 사람의 노력과 인류의 성과가 담겨 있구나’ 느끼고 드시면 더 맛있습니다. 이번 책에서 그런 재미있는 이야기를 알아가시면 좋겠어요.”

김도연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