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는 봤니? 절로 힐링…도전해 봤니? 엄마랑 단둘이 여행[여책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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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유행은 돌고 돈다고 말합니다. 레트로(Retro)를 시작으로, 뉴트로(New+retro), 영트로(Young+retro), 힙트로(Hip+retro) 등 다양한 복고 문화가 생겨나기도 했죠. 하지만 유행을 뛰어넘어 항상 ‘한 길’을 가는, 요샛말로 ‘찐’ 문화도 있습니다. 여행도 마찬가지입니다. 너도 나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 어느새 대세 여행으로 떠오르기도 하고요. 예나 지금이나 상관없이 내리 사랑을 받는 곳도 있습니다.

사진 = 스타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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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책저책은 최근 부쩍 인기를 누리는 불교계의 여행법 중 하나인 템플스테이를 주제로 엮어 출간한 ‘절로 힐링’과 어머니와 단둘이 여행을 나선 이야기를 담은 ‘엄마와 단둘이 나주 여행’을 소개합니다.

절로 힐링
신익수 | 생각정거장

사진 = 생각정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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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부캐(부 캐릭터)를 가진 이들이 많다. 본캐(본 캐릭터)를 두고 새로운 모습을 보이고 싶은 욕구가 만들어 낸 결과다. ‘절로 힐링’의 저자 신익수가 딱 그렇다. 참으로 오랜만에 ‘여행전문기자’ 본캐로 돌아왔다. 한동안 여행꿀팁 전도사로 ‘1초 여행’ ‘짠내 투어’ 등의 여행정보만 전달하더니, 갑자기 ‘100만 클릭 터지는 독한 필살기’란 책으로는 글쓰기 지도를, ‘상위 1퍼센트의 결정적 도구’란 책에서는 성공을 향한 자기계발을 토해내며 외도(?)를 했다.

그러다 제대로 된 여행책 집필을 위해 근 석 달 간 주말까지 반납하며 커피전문점을 드나든 끝에 ‘절로 힐링’을 탈고했다. 원래 스스로를 ‘얍실하다’고 표현하는 그지만 이번 책에서는 철저하게 감췄다. 대신 여행전문기자 특유의 전문성을 책 곳곳에 살포시 얹었다.

사진 = 생각정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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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템플스테이에 관심을 가진지는 십 수 년 전. 그러다 책으로 만들어 야겠다고 결심을 가진 계기는 역시나 ‘뉴진스님’과 ‘나는 절로’의 등장이다. 대중이 불교에 대한 관심을 뜨겁게 보이는 이 순간을 전문 분야인 여행, 그리고 템플스테이로 엮어 책을 출간하기에 이른 것. 대신 템플스테이를 운영하는 불교문화사업단과 함께 전국 150개가 넘는 사찰 중 이색적이고 인기 있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50개로 엄선해 실었다. 여기에 요즘 MZ들의 필수 테스트인 MBTI별 추천 템플스테이로 관심을 높였다. 이른바 템플스테이 교과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딱 2시간이면 끝나는 서울 종로 조계사의 초스피드 템플스테이부터 사찰 고양이와 함께하는 경기 남양주의 묘적사 냥플스테이, 드넓은 잔디밭에서 반려견과 뛰노는 부산 홍법사 댕플스테이, 서울 홍대 한복판 도심 속 템플스테이, 혼자 갔다 둘이 돼 돌아오는 경남 하동 쌍계사 솔로 탈출 템플스테이 등을 소개한다.

계절별 추천 템플스테이도 담았다. 여름 휴가철에 제격일 서핑 템플 강원 양양 낙산사를 비롯해 가을에는 만추홍엽과 함께 강원 만경선사에서 별관측 템플스테이를, 겨울에는 스님과 차담을 드립커피로 마주할 수 있는 강원 강릉 안목해변 근처 현덕사 등이 있다.

또 재테크나 건강에 관심 있는 이들은 동양 최대 황금 법당에서 재테크 소원을 빌 수 있는 서울 은평구의 수국사, 한국의 소림사로 알려진 경북 경주 골굴사의 선무도 템플스테이 등도 눈여겨 볼 프로그램이다.

사진 = 생각정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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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나 절이 처음이라면 당연히 그곳만의 에티켓을 알기란 쉽지 않다. 책에서는 ‘알아두면 쓸데 있는 템플스테이 잡학 사전(알쓸템잡)’을 준비했다. 불교 예절을 비롯해 템플스테이 준비물과 프로그램 종류, 사찰 음식, 숙소 정보 등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내용을 Q&A 형식으로 정리했다. 또 사찰별 프로그램 주안점과 특징, 위치‧가격‧예약 방법 및 유의 사항 등 기본정보를 비롯해 관련 사진도 다수 담았다. 아울러 초판에 한해 전국 템플스테이 150여 곳의 지도를 증정한다.

엄마와 단둘이 나주 여행
정서연 | 스타북스 출판사

사진 = 스타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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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대미문의 시대가 열렸다. 코로나19에 감염되면 격리돼야 하는 상황 속에서 일상은 통제와 제한에 발이 묶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당연히 여기던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됐고, 삶의 우선순위가 바뀌었다. ‘사회적 거리’라는 말이 익숙해질수록 혈육이 더욱 간절하고 그리워졌다.

마흔여섯에 어머니는 혼자가 되셨다. 시쳇말로 결혼해 남의 집 사람이 돼 버린 딸의 주요 일상은 언제부터인가 친정엄마의 안부를 묻는 것이 돼 버렸다. 주말에는 어머니가 계신 고향에 내려가 시간을 보냈다. 고향인 전남 나주는 동네 마실 다니는 것처럼 편안하고 소박했다. 그렇게 ‘엄마와 단둘이 나주 여행’의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만들어졌다.

사진 = 스타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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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정서연은 인생의 아침을 열어준 고향인 나주의 풍경과 표정을 기억하고 싶다고 했다. 대신 낯선 도시가 아닌 삶의 터전이자 일상이었던 고향을 여행자의 시선으로 담으려 했다. 수십 년 걸었던 거리를 엄마와 딸이 함께 다시 걸으며 담담하게 소회를 기록했다.

저자는 “고향은 이름이자 단어이며, 강한 힘을 지닌다. 마법사가 외우는 어떤 주문보다도 혹은 영혼이 응하는 어떤 주술보다도 강하다”고 찰스 디킨스의 고향에 대한 말을 전했다. 이 책에는 네 가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찬란한 자연유산, 나주의 숨은 보물, 나주 정신이 살아 숨 쉬다, 부활의 서사다.

거문고 소리를 들으며 학처럼 고고하게 맞이한 금학헌에서의 시원한 아침은 작가가 기억하는 소중한 장면이다. 금성산을 오르며 나주의 가슴 뛰는 심장 소리를 느꼈다면, 정렬사에서는 나주 정신이 건재하고 살아있음을 확인했다.

장중하면서도 고요한 향교를 비롯해 역사의 숨결이 느껴지는 금성관, 자연과의 조화를 통해 산사의 미학을 구현한 불회사에 이르기까지, 천년고도 나주의 자연과 역사, 문화유산 이야기를 실었다. 그리고 역사라는 수레바퀴 안에서 치열하게 살아왔던 사람들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정도전, 신숙주, 나대용, 임제 등 역사의 인물들과 조우, 그리고 역사의 중요 장면에서 큰 역할을 담당했지만 이름 없이 사라져간 사람들을 기억해야 한다고 저자는 전한다.

사진 = 스타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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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맛이 빠질 수 없다. 특히 나주는 명품음식의 본고장이다. 숙성홍어를 탄생시킨 영산포는 유명세에 걸맞게 홍어거리도 생겨나고 홍어축제도 열린다. 그리고 전국적으로 유명한 나주곰탕은 다른 도시에서 먹는 맛과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나주의 3대 곰탕집은 맛집 검색만 하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저자는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날 때 길을 밝혀주는 불빛처럼 엄마와 함께했던 시간이 때로는 위안의 얼굴로, 때로는 희망의 손길로 다가왔다”면서 “그렇게 시작한 나주 여행이 3년이라는 축적된 시간 속에서 어느새 한 권의 책이 됐다”며 엄마와 단둘이 여행을 떠나길 권했다.

※ ‘여책저책’은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세상의 모든 ‘여행 책’을 한데 모아 소개하자는 원대한 포부를 지니고 있습니다. 전문적인 출판사도 좋고, 개별 여행자의 책도 환영합니다. 여행 가이드북부터 여행 에세이나 포토북까지 어느 주제도 상관없습니다. 여행을 주제로 한 책을 알리고 싶다면 ‘여책저책’의 문을 두드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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