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강명구 국민의힘 조직부총장의 휴대폰 화면이 취재 카메라에 잡혔다. 화면에는 징계 대상자가 될 만한 의원 등을 나열한 당직자의 메시지가 떠 있었다. 당직자 개인 의견이라곤 하지만 보기에 따라 살생부로 해석될 수도 있다. 그러나 명단에 이름이 오른 이들에게는 우려가 아니라 축하 메시지가 줄을 이었다고 한다. 징계 대상자로 꼽힌 한 인사는 “오히려 이름이 안 오른 사람들이 섭섭해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무리한 징계는 법원 가처분신청으로 뒤집힐 가능성이 크고, 그 과정에서 징계 당사자 인지도만 올라간다는 것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징계를 시사한 의원 중 한 명은 “빨리 징계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징계를 통해 역풍이 불면 오히려 지지부진한 국면을 전환할 동력이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의 자신감은 징계 근거가 약하다는 데 기반한다. 징계 가능성이 높다고 뽑히는 쇄신파 모임 ‘대안과 미래’ 소속 의원도 그렇다. 이들을 당 윤리위원회에 제소한 이들은 반복적으로 장 대표 사퇴를 요구한 행위를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어느 지도부인들 사퇴 요구를 받지 않은 적이 없다. 그것을 해당행위로 규정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비판을 견딜 자신이 없다는 고백처럼 들린다. 지방선거 당시 한동훈 무소속 의원을 도왔다고 윤리위에 제소된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한 의원과 공개 석상을 동행한 것만으로는 해당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 의견이다. 지난 3월에는 법원이 당 윤리위 징계에 불복한 배현진 의원과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인용하기도 했다.
장 대표는 당의 기강을 세운다며 징계를 시사했지만 결과는 정반대다. 의원들은 징계를 오히려 훈장으로 여기고 있다. 신뢰를 잃은 리더십이 힘으로 질서를 잡으려고 할수록 스스로의 권위를 무너뜨리는 꼴이다. 장 대표가 직면한 아이러니다.

5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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