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법 제약 시 다른 법 동원해 관세 압박
관세율 전망보다 관세 선택 경로 읽어내야
단기압박-산업재편-문제제기-외교응징형
경로 선제 파악할 때 리스크 대응 가능해
미국의 관세 관련법에는 크게 네 가지 줄기가 있다. 첫째는 무역법(Trade Act) 122조 국제수지 조정 관세다. 1974년에 도입된 이 조항은 국제수지 악화 등 거시경제 사유를 근거로 대통령이 일시적으로 최대 15%까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다. 적용 범위가 광범위하고 발동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지만, 150일이라는 시간 제한이 있어서 성격상 ‘단기 압박형’ 도구다. 대대적인 협상 국면 바로 직전에 레버리지 확보에 주로 사용된다.
둘째는 무역확장법(Trade Expansion Act) 232조 경제안보 관세다. 1962년 제정된 무역확장법에 근거한 이 조항은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특정 산업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며, 그 상한은 명시되어 있지 않다.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가 대표적인 사례다. 일단 이 관세가 적용되면 장기화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산업구조 재편을 노릴 때 사용된다. 최근 인공지능(AI)과 첨단 반도체 일부 품목에 대해 232조가 실제 적용되면서 전략 기술산업으로 확대 적용되고 있다. 즉, 이 관세는 ‘산업 재편형’으로 기능한다.
셋째는 무역법 301조 보복 관세다. 이른바 ‘슈퍼 301조’라고 하는 이 조항은 미국 기업에 대한 불공정·차별적 조치를 조사한 뒤 그에 상응하는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다. 그 상한은 명시돼 있지 않다. 이 관세는 특정 국가나 특정 정책을 겨냥한다. 미국의 대중국 관세도 301조에 근거하고 있고, 일부 국가의 디지털세와 데이터 규제는 조사로 이어진 전례가 있다. 한국의 플랫폼 정책과 데이터 규제 역시 미 무역대표부(USTR)의 연례 무역장벽 보고서에서 지속적으로 문제로 거론돼 왔다. 그래서 이 관세는 ‘문제 제기형’ 보복 도구다.넷째는 관세법(Tariff Act) 338조 응징 관세다. 1930년 시행된 악명 높은 ‘스무트-홀리 관세법’에 근거한 이 조항은 미국에 대한 차별적 대우를 이유로 최대 50%까지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한다. 역사적으로 사용된 예가 드물지만, 법적으로 살아 있는 관세법이다. 정치·외교적 긴장이 고조될 경우 상징적으로 고강도 압박 카드로 쓰일 수 있다. 실제로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최근 “특정 상황에서 유용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해 이미 협상 레버리지로 수면 위에 올라왔다. 즉, 이 관세는 ‘외교적 응징형’ 도구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미국의 4대 관세 구조를 이해하는 것은 매우 불확실한 통상 환경에 직면한 지금의 한국 경제에 특히 중요하다. 우선 정부는 얼마 전 구글에 고정밀지도 데이터 반출을 허가했다. 지도 데이터 반출 제한은 이론적으로 301조의 대상이 될 수 있었다.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로 해석될 경우 USTR이 조사를 개시하고 보복 관세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도 반출을 계속 제한했다면 이 사안은 디지털 규제가 통상 문제로 전환되는 사례가 됐을 수 있다. 그렇게 될 경우 301조 보복의 성격상 광범위한 영역에서 계속 문제 삼을 길이 열릴 뻔했다. 그래서 이번 허가 결정은 단순히 규제 완화가 아니라 통상 리스크의 사전적 관리로 볼 수 있다. 디지털 정책은 더 이상 국내 규제 문제에 머물지 않는다.
현재 진행 중인 쿠팡 문제는 어떠한가. 만약 이 사안이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이라는 프레임으로 굳어질 경우, 역시 301조에 따른 조사로 비화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이것은 통상 압력이 제조업 영역에만 머물지 않고 플랫폼과 서비스 영역까지 확장되는 사례가 된다. 더 나아가 만약 국회에서 반발이 거세다면 정치적 긴장 격화로 해석되며, 추가적으로 338조가 거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아직은 가정에 불과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러한 법적 경로가 이미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정책 당국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상호관세 위헌 판결은 통상 갈등의 종식이 아니라 새로운 국면의 시작이다. 한국 정부와 기업에 필요한 것은 숫자의 추적이 아니라, 어떤 법적 경로가 언제 작동할지를 선제적으로 파악하는 ‘통상 법제 리터러시’다.허정 객원논설위원·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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