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시 증설 불허 결정 부당"
경기도 행심위, 한전 손들어줘
동해안~수도권 전력망 구축
갈등으로 준공 8개월 늦춰져
'님비'로 올해만 총 20건 차질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행심위)가 동서울변전소 증설을 둘러싼 하남시와 한국전력공사(한전) 간 행정심판에서 한전의 손을 들어주면서 수도권 전력망 구축 사업이 뒤늦게 정상화됐다. 한전은 앞서 하남시의 동서울변전소 증설 불허 처분에 불복해 경기도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16일 경기도 행심위는 하남시의 동서울변전소 옥내화·증설 불허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한전의 청구를 인용했다. 행정심판은 행정관청이 내린 처분의 위법성·부당성을 사법부가 아닌 행정기관이 스스로 심판하는 제도다. 행심위의 결정(재결)은 피청구인인 행정기관을 구속하는 법적 효력이 있어 하남시는 이번 결정에 따라 한전이 요구한 동서울변전소 옥내화·증설 관련 건축 행위를 허가해야 한다.
당초 한전은 약 7000억원을 들여 2026년 6월까지 기존 동서울변전소 시설을 옥내화할 방침이었다. 옥내화로 확보한 여유 용지에 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를 통해 들어올 추가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변환소를 건설할 계획이었다.
이번 결정으로 막대한 전력 공급이 필수적인 수도권 반도체 기업들도 한숨을 돌렸다. 동해안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으로 공급하기 위한 송전선로 구축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경기도가 한전의 손을 들어줬지만 한전과 하남시 간 갈등으로 준공 시점은 8개월이나 미뤄졌다. 하남시는 지난 8월 전자파와 소음 등을 이유로 한전의 동서울변전소 증설을 불허 처분했다. 한전과 하남시 간 인허가 협의 과정에서 감일동 주민들이 집단 반발에 나서면서다.
이 같은 '님비(혐오시설 기피)' 현상으로 올해에만 총 20건의 전력망 구축 계획이 차질을 빚었다. 2014년부터 시작된 경북 영주(풍기)분기 송전선로 구축 사업은 당초 내년까지 마무리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인허가 절차가 지연되면서 한전은 목표 사업기간을 2027년 말로 다시 잡았다. 토지 보상 등을 두고 한전과 풍기읍 주민 간 대립이 이어지면서다. 문경분기 송전선로와 풍기변전소 역시 인허가 지연으로 사업기간이 2년씩 연장됐다. 신청주~문백 송전선로도 경과지를 변경하며 당초 준공 목표를 지키기 어려워졌다.
일부 주민들이 전선 아래의 선하지가 종중 납골묘를 지나간다며 민원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한전은 이에 따라 철탑 위치를 바꿔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전력망 사업 지연을 막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는 전력망 확충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력망 확충법은 전력망 구축 사업 인허가 절차를 대폭 개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야가 연내 통과시키기로 합의했지만 확충법은 아직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신유경 기자 / 지홍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