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 넘나드는 예술언어-음악실험… 신작 오페라 ‘물의 정령’ 세계 초연

19 hours ago 1

르네상스 음악서 전자음악까지
과거와 현재 공존하는 소리의 세계
서울예술의전당 25, 29, 31일 공연

황수미
서울 예술의전당이 신작 오페라 ‘물의 정령(The Rising World)’을 세계 초연한다. 동서양과 시대를 넘나드는 예술 언어와 음악적 실험을 담은 작품이다.

작품의 배경은 가상의 왕국이다. 연못과 호수에 물이 넘치고 예고 없이 폭우가 쏟아진다. 신하들은 이런 일이 공주의 병과 관련 있다고 믿는다. 옛 기록을 통해 ‘물의 정령’이 인간의 몸에 깃들 수 있음을 알게 된 왕국은 물시계 장인을 소환해 병든 공주를 구하려 하는데….

이 오페라의 극작가 톰 라이트는 “이 작품은 덧없음과 실재, 이성과 혼돈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드라마”라며 “물은 시간과 영혼, 기억과 회복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작곡은 호주를 대표하는 현대 작곡가 메리 핀스터러가 맡아 르네상스 다성음악부터 현대 전자음향까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소리의 세계를 선보인다. 특히 거문고를 작품에 접목해 전통에 뿌리를 둔 새로운 음향적 차원으로 확장했다는 설명이다. 음악적으로 난해한 요소가 적고 일반 대중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연습에 참여한 출연진들은 전했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2022년부터 오페라하우스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매년 자체 오페라를 제작하면서 세계 초연 신작 오페라를 준비해 왔다”며 “해외 작곡가가 작곡한 뮤지컬 ‘웃는 남자’가 성공적인 K뮤지컬로 평가받는 것처럼, 국악기와 물시계 등 한국적 소재를 담으면서도 해외 작곡가와 대본가의 새로운 시선으로 신선한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다.

김정미
‘물의 정령’은 남성 중심 서사에서 벗어나 두 명의 여성 캐릭터인 공주(소프라노 황수미)와 장인(메조소프라노 김정미)이 극을 이끌어간다. 황수미는 “물과 시간에 갇힌 공주가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에 공감했다. 세계 초연 무대에서 깊은 울림을 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김정미는 “영웅적 여성 캐릭터를 맡아 감회가 남다르다. 음악적으로도 연기적으로도 도전적인 작품”이라고 밝혔다. 지휘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신작을 다수 지휘한 스티븐 오스굿이, 연출은 국제 오페라 무대에서 활약한 스티븐 카가 맡는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연주를 맡아 자연음향 악기와 전자음향의 대비를 통해 과거와 미래, 질서와 혼돈의 대립을 드러낸다. 합창에는 노이 오페라 코러스가 출연한다. 예술의전당은 해외 오페라 극장에서도 이 작품의 공연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메리 핀스터러의 소속사인 세계적 음악 출판사 쇼트뮤직과 악보 출판에 대해 협약을 맺고 작품을 제작했다고 예술의전당은 밝혔다. 해외 공연은 이르면 2027년을 목표로 추진 중이며, 해외 제작진과 국내 창작진의 콜라보를 통해 오페라 제작 노하우 교류도 기대하고 있다.

이번 공연은 시작 30분 전부터는 무대 위에서 디지털 미디어 기술을 활용한 아르떼뮤지엄과의 협업으로 물을 주제로 한 영상 ‘별이 빛나는 해변(starry beach)’이 펼쳐진다.

25, 29, 31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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