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사는 175살 거북이, 느릿느릿 바다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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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해리엇’의 리허설 장면. /강동문화재단 제공

연극 ‘해리엇’의 리허설 장면. /강동문화재단 제공

갈라파고스에서 태어난 175살 바다거북이 느릿한 걸음으로 꼬마 원숭이에게 다가간다. 엄마와 숲에서 살다가 동물원에 홀로 오게 된 꼬마 원숭이는 주변의 개코 원숭이가 무서울 뿐이다. “걱정하지 마. 여기서 넌 혼자가 아니야.” 바다거북의 마음 포근한 위로를 듣고서야 꼬마 원숭이는 잠을 청한다.

강동문화재단이 서울시 기초자치단체 공연장 최초로 제작한 접근성 공연인 <해리엇>의 초반 내용이다. 해리엇은 한윤섭 작가가 쓴 동명의 동화가 원작이다. 갈라파고스가 고향인 175살 거북 해리엇과 원숭이 찰리의 이야기를 다룬다. 작품 형식은 연극보다는 종합예술에 가깝다. 수어 통역, 한글 자막, 음성 해설이 관객 몰입을 깨지 않으면서 극에 녹아 있을 뿐 아니라 첼로 연주와 배경 영상 등 온갖 표현 매체가 섞여 있어서다.

‘접근성 높은 연극’으로 정의되는 해리엇에선 한 인물에 배우가 둘이다. 더블 캐스팅도, 자아가 분열된 인물을 표현하는 것도 아니다. 극의 주인공인 해리엇과 찰리에겐 ‘그림자 소리’란 배우가 따라붙는다. 그림자 소리는 주인공들과 비슷하게 행동하지만 목소리 대신 수어를 쓴다. 무대 밖에서 수어 통역사가 맡던 수어 전달 역할이 극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해리엇의 그림자 소리는 극의 흐름을 안내해주는 사회자 역할마저 맡았다.

서울 강동아트센터에서 해리엇의 마지막 리허설이 끝나고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연출가 김지원은 “수어 통역이나 음성 해설이 무대 밖에 머무르는 순간 관객의 경험이 나뉘게 된다”며 “이것들을 안으로 끌어들여 극에서 하나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다채로움이 가득한 덕분에 공연엔 즐길 요소가 많았다. 무대 뒤편에선 자막이 나왔을 뿐 아니라 연주자들이 직접 악기를 연주하며 청각적인 재미를 더했다. 바다거북의 느릿한 움직임을 깊이 있게 표현할 땐 첼리스트가 중후한 저음을 살렸다. 찰리가 동물원에 처음 도착해 낯설어할 땐 철창의 쇳소리를 키웠다. 해리엇을 만나 찰리가 편안함을 되찾는 장면에선 이 쇳소리가 첼로 소리와 어우러진 뒤 편안한 음악으로 전환된다. 해리엇이 바다로 돌아가는 극의 대미에선 비눗방울이 무대를 채워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오는 26일까지 강동아트센터 소극장 드림에서 10차례 상연된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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