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랭킹 7위와 8위인 혼다와 닛산이 합병하게 되면 세계 자동차 시장 지형도도 바뀌게 된다. 혼다-닛산은 현대자동차·기아를 제치고 단숨에 글로벌 3위 회사로 뛰어 오르게 된다. 일본 시장은 1위 도요타그룹과 혼다-닛산 양분 체제로 전환된다. 일본 4위인 미쓰비시가 닛산의 최대주주인 점을 감안하면 일본의 2~4위 회사가 한 지붕 아래 들어가는 셈이다. 혼다-닛산의 양산차 라인업이 비슷한 현대차·기아 입장에선 강력한 라이벌을 하나 더 맞이하게 되는 셈이다.
○ 非도요타·反중국차 전선 구축되나
1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닛산은 1999년부터 맺어온 프랑스 르노와의 연합을 끊고, 결별 수순을 밟는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와의 동맹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자 혼다로 파트너를 갈아타기로 했다는 의미다. 닛산은 지난 3월부터 혼다와의 협업을 검토했고, 8월엔 혼다와 차량용 소프트웨어 협업 등 포괄적인 업무제휴를 맺었다.
혼다와 닛산의 합병은 중국 시장에서의 실패가 직접적인 계기로 됐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혼다와 닛산의 중국 판매량은 1년 전보다 각각 31%, 11% 감소했다. 영업이익 감소폭은 더 크다. 닛산의 상반기(4∼9월) 영업이익은 329억엔으로 1년 전보다 90% 급감했다. 혼다도 지난 2분기(7~9월) 자동차부문 영업이익은 351억엔으로 1년 전보다 72% 줄었다. 닛산이 지난달 9000명 감축 계획을 발표하게 된 직접적인 이유였다. 그러면서 혼다에 협력의 손을 먼저 내밀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독자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닛산이 혼다와 서로 보완관계를 가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2010년 세계 첫양산 전기차 ‘리프’를 출시한 닛산은 최근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하이브리드카 라인업이 한 대도 없다. 반면 혼다는 도요타에 이은 세계 2위 하이브리드카 브랜드지만, ‘전기차 열등생’으로 불릴 정도로 경차를 제외하면 별다른 전기차 모델을 갖고 있지 않다. 두 회사가 하나가 되면 단숨에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 라인업을 갖추게 되는 셈이다.
○ “현대차·기아엔 강력한 라이벌”
판매 시장에서도 두 회사는 상호 약점을 보완할 것으로 예상된다. 각자 텃밭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해 닛산은 유럽시장에서 34만대의 차를 판매했지만, 혼다는 8만여대 판매에 그쳤다.
반면 미국 시장에선 혼다(139만대)가 닛산(127만대)보다 더 많이 팔았다. 혼다는 유럽에 공장이 없지만, 닛산은 영국과 스페인에 공장을 갖고 있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두 회사가 합병하면 판매량만 세계 3위가 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두 회사가 함께 전기차와 수소차, SDV(소프트웨어중심차량) 등을 연구개발(R&D)하면 효율도 대폭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두 회사의 합병은 현대차·기아에 새로운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상당한 브랜드 파워를 갖춘 이들 회사가 전기차(닛산)와 하이브리드카(혼다) 진용을 다 갖추고 미국과 유럽에서 현대차·기아와 맞붙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국내 자동차 회사 관계자는 “미국시장에선 도요타와 테슬라, 신흥시장에선 중국 전기차와 경쟁해야 하는 현대차·기아 입장에서 혼다-닛산이란 만만치 않은 경쟁사가 새로 나온 셈”이라며 “엔저(低)로 일본차들이 가격 경쟁력까지 생긴 점을 감안하면 긴장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의 포괄적 동맹을 적극 확대하는 한편, 일본차들이 약점이 있는 소프트웨어, 자율주행 등에 대한 품질을 높여 시장을 확대하면서 대응한는 전략이다.
김재후/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