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중독’ 치료에 위고비?…비만 주사가 뇌를 바꾸는 원리[입담처방]

10 hours ago 5


체중 감량 효과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위고비’와 ‘마운자로’. 이 유명한 비만 치료제들이 체중 감량을 넘어 정신건강의학 분야, 특히 ‘중독 증상 완화’에도 주목받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최근 이 약물들이 뇌의 보상 회로에 작용해 음식에 대한 강박적인 집착은 물론, 알코올이나 도박 같은 다른 형태의 중독 증상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들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비만 치료제가 어떻게 중독 문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걸까요? 비밀은 배가 고프지 않아도 끊임없이 특정 음식을 갈구하게 만드는 ‘뇌의 보상 회로’를 조절하는 원리에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자극적인 음식으로 풀거나 포만감을 느낀 후에도 식사를 멈추지 못하는 현상은 단순한 의지의 차이가 아니라 뇌의 도파민 시스템이 고장 난 ‘질환’입니다. 이번 입담처방에서는 안유석 서울대 정신의학과 교수님과 함께 비만 치료제가 우리 뇌에 어떻게 개입하여 무너진 조절 능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 홍은심 헬스동아 기자 (이하 홍은심): 안녕하세요. 입담처방의 홍은심 기자입니다. 오늘 모신 분은 중독으로 여러 활동을 하고 계신 안유석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님을 모셨습니다. 사연을 먼저 읽고 시작을 할게요.“안녕하세요 결혼 5년 차의 아내입니다. 저는 남편의 지독한 식탐 때문에 심각하게 이혼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배달 음식을 시키면 맛있는 부위만 쏙쏙 골라 먹는 건 기본이고, 한 번은 제가 남편이 너무 식탐을 부리는 거 같아서 음식을 아이 앞쪽에 당겨 놨더니 왜 못 먹게 하냐면서 음식에 침을 뱉더라고요. 제가 진짜 폭발한 건 얼마 전이었습니다. 저희 엄마가 저 보양하라고 며칠 동안 꼬리곰탕을 고아서 한 솥을 보내 주셨는데 제가 약속 다녀오는 동안 그걸 국물 한 방울 안 남기고 혼자 다 먹어 치운 겁니다. 그래 놓고 미안하다며 울고불고 사과하더니 새벽에 아이가 아껴둔 간식을 또 정신없이 입에 밀어 넣고 있더라고요. 배가 고픈 것도 아니라는데 저희 남편 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 안유석 교수(이하 안유석): 저희가 음식 중독이라는 개념이 있거든요. 그래서 그 중독의 관점으로 좀 해석을 해 보면 좀 문제가 있다, 그리고 이런 분이 실제로 있을 수 있다고 일단은 말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 홍은심: 이게 식탐과 음식 중독이 좀 다른 건가요?

▶ 안유석: 네 그게 좀 다르죠. 이분은 단순히 아마 식탐이라는 선을 좀 넘은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고요. 그 음식 중독을 평가하는 척도가 있어요. 바로 조절을 실패하는 거예요. 그래서 적당히 먹으려고 하는데 이제 멈추지 못한다는 그런 아마 사연에도 있었던 거 같은데, 그리고 두 번째로는 어 이게 자꾸 부정적인 결과를 이제 보이는데도 이거를 반복하는 것들이 또 중요한 진단 기준 중에 하나예요. 그다음에 또 세 번째는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그거를 계속해서 이제 어떤 먹는 거, 생존을 위해서 식사를 하는데 그런 개념이 아니라는 거죠. 그리고 또 하나는 죄책감, 후회 이런 것들도 이제 좀 저희가 음식 중독을 의심할 수 있는 그런 부분이에요. 그래서 다 먹고 나서 뭐 이렇게 싸운다든지, 어 울고불고 뭐 서로 뭐 싸우다가 이제 사과한다든지, 후회한다든지 이제 이런 것들을 보면 음식 중독의 기준에 어 아마도 맞지 않을까라고 생각을 하게 되는 것들이죠.▷ 홍은심: 이런 분들은 그럼 치료를 어떻게 하나요? 마운자로를 맞으면 괜찮을까요?

▶ 안유석: 생각보다 정신과에서도 비만 치료 주사제를 많이 상담하고 처방하기도 합니다. 단순히 ‘많이 먹는다’로 끝나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심리적인 요인들이 작용하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저는 정신과 의사로서 비만이나 다이어트 관련 문제도 정신과 전문가와 상의해 보시라고 말씀을 많이 드립니다.

비만 치료 주사는 비만이나 음식 중독뿐만 아니라 물질 중독이나 도박 같은 ‘행위 중독’에도 치료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요새 많이 나오고 있어요. 하지만 아직 (중독 치료 목적으로) 적응증(특정 질환을 치료하는 데 약을 써도 좋다는 국가의 정식 허가)이 돼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엄밀히 따지면 중독 치료를 위해 이런 비만약을 처방받는다는 것은 조금 맞지 않는 말이긴 합니다. 다만 부차적으로 그런 중독 증상 완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 위 내용은 대화의 주요 내용 일부를 발췌 정리한 것으로 실제 라이브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전체 내용은 유튜브 건강IN으로 채널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영상 다시 보기: https://youtu.be/igfoux6CmY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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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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