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방글라데시 등 반정부 시위
높은 청년실업·만연한 부패가 불씨
아시아 정치 기득권에 맞선 세대 반란
권력층의 심각한 부패, 부족한 일자리 등으로 좌절한 아시아의 젊은이들이 Z세대(1997~2012년 출생)를 중심으로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4일(현지시간) 네팔 반정부 시위 사태를 조명하며 스리랑카와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등 주변국들의 시위 역시 Z세대가 중심이 됐다고 분석했다. 샤르마 올리 총리 사임 등 정권을 끌어내린 네팔 반정부 시위는 아예 ‘Z세대 시위’란 별칭으로 불린다.
초기엔 네팔 정부의 소셜 미디어 플랫폼 금지로 작은 반발이 시작됐지, 부패한 정치인에 대한 오랜 반감이 이를 반정부 시위로 촉발했다. 24세의 법대생 안잘리 샤는 “우리는 부패에 저항했을 뿐”이라며 “온라인에서 우리를 차단하더라도 우리는 여전히 거리로 나가 정부에 항의할 것이다. 우리의 세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또 공무원 월급으로 어떻게 호화 생활을 할 수 있는지 (밝히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FT에 말했다.
또 다른 시위 참가자 25세의 오자는 “우리는 이틀 만에 정치 체제 전체를 전복할 수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근 아시아 국가에서 반정부 시위는 도미노처럼 이어져 왔다. 2022년 스리랑카에선 수만 명의 시위대가 콜롬보에서 대통령 궁을 점거했고, 2024년엔 방글라데시 다카 대학교의 학생들이 중심이 된 시위로 77세의 셰이크 하시나 당시 총리가 퇴임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최근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시위가 벌어졌다. 국회의원들이 월 3000달러(수도 자카르타 최저임금의 10배)에 달하는 호화 주택 수당을 받았다는 소식에서다.
FT는 “이런 모든 반란의 공통적 요인은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고령화되고도 뿌리 깊은 정치 계층으로부터 시작됐다”며 “젊은 세대는 성장의 과실이 이들에게 돌아가고 정작 자신들의 삶은 개선하지 못한다는 것을 목격했다”고 분석했다.
이들 국가는 국가 청년 실업률이 높고 부패 수준이 여전히 높다. 유엔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네팔의 노동력 80% 이상이 비공식 고용 상태다. 대부분의 젊은이가 미래를 찾아 해외로 떠난다. 네팔은 중위 연령이 25세로, 아시아 평균인 32세보다도 젊다. 그러나 네팔은 원로 지도자들이 정치 권력을 잡고 있고, 젊은이들의 실업률은 21%로 전세계 평균보다도 높다.
프랑스 파리 정치대학의 남아시아 전문가 크리스토프 자프렐로는 “아시아 일부 지역 청년들의 불만은 주로 정권의 부패하고 권위적인 성격에서 비롯되지만, 사회경제적 좌절감도 한몫했다”고 분석했다.
네팔의 한 시위 참가자 야티시 오자는 “Z세대인 우리는 부패에 항의하고 정치인들의 책임과 투명성을 요구하기 위해 나섰다”며 “스리랑카와 방글라데시의 이웃 국가들의 영향을 받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