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종성 문화부장] 중앙홀딩스와 중앙P&I, JTBC, 메가박스중앙, 콘텐트리중앙 등 중앙그룹 계열사 5곳이 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중앙일보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요청했다. ‘대마불사’(大馬不死)라던 미디어 제국의 추락은 최근 접한 가장 충격적인 뉴스다.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빠른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혔지만, 뾰족한 수가 보이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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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JTBC 사옥 |
사람 따라 광고도 OTT로…‘예고된 몰락’
겉으로 드러난 중앙그룹 사태의 원인은 유동성 고갈과 무리한 투자 전략으로 압축된다. 가뜩이나 위태롭던 JTBC의 재무 구조에 월드컵·올림픽 등 7000억 원대 스포츠 중계권이 ‘승자의 저주’가 돼 침몰하는 배에 묵직한 바윗돌을 얹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방송계 안팎에선 TV, 영화 등 미디어산업의 주도권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으로 넘어간 뒤 곪아왔던 것이 기어이 터지고 말았다는 반응이 나온다.
대중이 TV와 영화관을 떠나 OTT라는 새로운 플랫폼에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경향이 뚜렷해졌고, 이에 방송국과 영화산업의 수익 기반이었던 광고가 OTT로 옮겨가 벌어진 ‘예고된 몰락’이라는 의미다. 넷플릭스를 위시로 한 OTT 플랫폼이 모든 미디어 수익을 빨아들이는, 이른바 ‘넷플릭스 블랙홀’ 현상이다. 실제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2025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 보고서를 보면, 개인 하루 평균 TV 시청시간은 2022년 161분에서 2024년 139분으로 감소했다. 이용자들의 시청 행태는 정해진 시간에 TV를 시청하는 ‘본방 사수’ 방식에서 넷플릭스·티빙 등 OTT를 통해 원하는 콘텐츠를 선택해 소비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변화했다.
이는 광고시장 재편으로 이어졌다. 2024년 방송광고 시장 규모는 2조 1976억 원으로 전년대비 6.8% 감소했다. 2022년(2조 8940억 원)과 비교하면 24%나 줄었다. 광고는 자연스레 사람을 따라 옮겨갔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지상파 황금시간대 광고가 가장 중요한 마케팅 수단이었지만, 지금은 유튜브와 OTT를 빼고 광고 전략을 짤 수 없다”고 말했다.
벼량 끝까지 내몰린 방송국·영화관
미디어산업의 주도권을 OTT에 빼앗긴 방송국, 영화관의 현실은 참담하다. SBS의 영업이익은 2022년 1865억 원에서 지난해 182억 원으로 급감했고, MBC는 적자 전환, KBS는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CJ CGV(국내), 롯데컬처웍스, 메가박스 등 주요 극장 사업자들은 지난해 모조리 영업적자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연간 2억 명을 넘었던 국내 영화관 관객 수는 최근 수 년간 1억 명 초반에 머물고 있다. 그 사이 이용자가 급증한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의 매출은 2020년 4154억 원에서 지난해 1조 541억 원으로 2.5배 성장했다.
미디어산업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수익이 일부 OTT 플랫폼에 집중되다 보니 방송국, 극장들은 아무리 콘텐츠를 만들고 유통시켜도 ‘빈털터리’가 돼가고 있다. 이런 구조가 고착화하면 ‘제 2의 중앙그룹’이 나오는 것도 시간 문제다. 더 늦기 전에 변화한 미디어 생태계에 발맞춰 외국인 지분 투자 제한, 편성 제한 등 낡은 방송 규제를 철폐하고 콘탠츠산업에 대한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등 글로벌 OTT와의 건전한 경쟁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새 틀을 짜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넷플릭스 블랙홀’은 계속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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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로고(사진=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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