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규제혁신'
대통령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정책 구호다. 약방의 감초다. 기업의 자율 경쟁을 규율하는 최소한의 규제만 남기겠다는 것이다. 이러 저러한 특정 행위는 못하도록 하고, 나머지는 다 풀겠다는 이른바 '네거티브 규제'로의 대전환이다.
결과는 어떤가. 21대 대통령이 당선되기까지 그 많던 규제는 완화됐던가. 역대 정부들이 규제를 획기적으로 풀었던가.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수많은 공약은 소위 '빈 공약'으로 끝났다. 지금도 많은 기업 경영자들은 '전봇대 규제', '대못 규제'를 언급한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인수위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위원회도 현판을 내걸었다. 앞으로 5년 간 정부가 우선 추진할 과제 선별 작업이 시작됐다. 이 가운데 다소 주목을 덜 받고 있는 유료방송 분야를 좀 보자.
유료방송이 올해 서른살을 맞는다. 케이블방송, 프로그램제공사업자(PP) 모두 출범 30년이 됐다. 축하할 일이다. 하지만 업계 사정은 밝지만 않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 상황도 시계제로다.
유료방송 업계에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말은 먼 나라 얘기다. 밀림 정글 속 생존게임에 돌입했다. 총성없는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케이블TV와 IPTV 업계는 홈쇼핑과의 송출수수료 갈등이 극에 달했다. 상상할 수 없었던 TV 블랙아웃이 현실이 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역할도 백약이 무효다. 중재 노력은 서로 윈윈하는 결론을 도출하지 못한다. 이렇다 보니 케이블, IPTV, 홈쇼핑 및 PP 업계는 각자도생이다.
이제는 유료방송 규제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TV에서 모바일로의 사용 시간 증가, OTT 등장에 따른 시청 환경 변화를 고려한 대책 수립이 요구된다. '동일 서비스=동일 규제' 잣대가 엄중하게 적용돼야 한다. 국내 유료방송 업체들이 역차별 받는 상황을 해소해야 한다. 골자는 국내 유료방송 규제는 획기적으로 풀고, 해외 기업에는 책임과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
실제로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OTT는 방송시장의 포식자가 됐다. 법적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해외 OTT의 요금 인상률은 엄청나다. 반면 국내 이동통신 3사가 통신요금을 10%만 인상한다고 해도 난리가 날 것이다.
거대 자본의 국내 미디어 시장 장악은 보편적 시청권까지 위협한다. 우리 국민들이 즐겨보는 국가대표 축구경기도 이제는 돈을 내야 한다. 지상파 3사를 통해 손흥민, 이강인 활약상을 매번 볼 수 없다.

방송 광고 규제도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 동영상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한 유튜브는 QR코드를 도입했다. 영상을 시청하다 관심있는 상품을 바로 클릭할 수 있다. 24시간 돌아간다. 반면 국내 MSO들은 광고 내용과 시간 제한을 받는다. 커머스 시장은 자율경쟁 시스템 도입이 요구된다. 사회통념상 허용이 안 되거나, 풍속을 해치거나, 반사회적 법률행위 등을 제외하고는 풀어야 한다. 소위 방송 광고 규제는 이런 저런 안 되는 것을 열거하고, 나머지는 다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가야 한다.
유료방송 코드커팅은 지금도 계속된다. 지난해 말 유료방송 가입자는 3636만4646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대비 1만9964명 감소했다. 국정기획 위원들의 면밀한 진단과 대책을 기대해 본다.
김원석 통신미디어부 부국장 stone201@etnews.com
김원석 기자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