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구인배수 IMF 이후 최저치… 구직자 1명당 일자리 0.44개에 불과
인턴십-대외활동 경험은 필수 스펙… 주요 대기업선 AI 면접 도입하기도
지방 취준생은 채용 불균형 더 커져… 박람회-면접체험 등 정보 격차 심화
경직된 노동시장과 불확실한 경제 여건에 고용 한파는 지속되고 있다. 특히 청년층이 선호하는 대기업 일자리는 제한적인데, 이마저도 경력직 채용 위주로 재편되면서 많은 청년이 구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에서 취업 정보 등을 얻을 수 있는 기회의 격차가 크며 취업 준비 기간은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
● 소규모 기업도 ‘완성형 신입’ 사원 찾아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을 졸업한 강모 씨(28)는 벌써 세 번째 인턴십을 준비하고 있다. 강 씨는 최근 직원이 5명이 채 안 되는 작은 기업에도 지원했으나 “경력자를 원한다”는 말을 들었다. 대학생들이 직장 경험을 하기 위한 인턴십이 사실상 필수 스펙으로 자리 잡으면서 대졸자들이 바로 취업하지 않고 인턴십을 거쳐야 했고 사회 진출도 늦어지고 있다.취업준비생은 자기소개서에 실제 경험과 역량을 구체적이고 독창적으로 써야 서류 전형에서 통과할 수 있다. 차별화가 어려운 성적 상승 전략 등을 담으면 감점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별다른 경력이 없는 취업준비생들이 효과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대학내일이 고용노동부의 의뢰를 받아 전국 19∼34세 청년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신의 경험을 스토리텔링할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7.2%에 그쳤다.
주요 대기업을 중심으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면접 등이 추가되면서 부담도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AI 면접을 도입한 기업이 최근 3년 새 3배 이상 늘었다. 공기업 전형에서 AI 면접을 경험한 전모 씨(28)는 “AI 면접을 준비하기 위해 유튜브 동영상 등을 보니 면접뿐만 아니라 온라인으로 필기시험 문제를 풀 때도 웃어야 한다고 조언했다”며 “AI 면접을 준비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따로 구매해야 해서 추가 지출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 “지방에선 취업 정보-채용 기회 적어”대구 출신 취업준비생 최모 씨(29)는 최근 서울에서 열린 대규모 채용박람회에 방문했는데 교통비, 식비 등으로 수십만 원을 지출했다. 최 씨는 “대구·경북 지역은 일자리 자체도 많지 않지만 채용박람회 자체가 많지 않고 참가 기업도 적다”며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질수록 용돈을 받아 서울까지 다녀올 수 없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발간한 ‘지역노동시장 양극화와 일자리 정책과제’에 따르면 2013∼2023년 취업이 증가한 상위 20개 시군 중 수도권 시군은 12개였다. 전체 취업 증가의 46.8%(약 150만 명)는 수도권 시군에서 발생했다. 취업준비생을 위한 AI 면접 지원에도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상대적으로 활발한 편이다. 서울시는 2021년부터 39세 이하 대상 AI 면접체험과 역량 검사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 “지방 취업준비생에 대한 지원책 마련을”
전문가들은 지역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자체 등을 중심으로 지방에도 채용박람회 등을 열고 AI 면접 등을 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권혁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채용의 기회를 공정하게 배분하기 위해 채용 관련 AI 면접 프로그램을 무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채용박람회 등 지방 취업준비생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기회의 공정성 차원에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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