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금융지원과 구조조정 지연으로 연명하는 대형 좀비기업(한계기업)이 많아질수록 그 피해는 우량한 소규모 기업에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나 적기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좀비기업은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못 내는 상태(이자보상배율 1 미만)가 3년 이상 이어진 기업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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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챗GPT) |
좀비기업 비중 1%p 늘면, 정상기업 생산·고용·투자 위축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15일 발표한 ‘큰 좀비, 작은 피해자(Large Zombies, Small Victims)’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 내 좀비기업의 자산 비중이 1%포인트 상승할 경우 3년 후 해당 산업 내 정상기업의 총요소생산성(TFP)은 약 0.3~0.5%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산업 내 좀비기업 비중이 늘어날수록 정상적인 기업의 생산성과 고용, 투자가 위축되는 이른바 ‘혼잡효과(Congestion effects)’가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된 것이다.
좀비기업의 부정적 영향은 생산성 감소에만 그치지 않았다. 좀비기업 비중이 1%포인트 높아지면 정상기업의 연간 투자 증가율은 0.17~0.18%포인트 하락하고, 고용 성장률은 0.14~0.17%포인트 하락했다. 투자의 경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외부감사를 받지 않는 사기업(비외감기업)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4년 이상 지속되는 등 피해가 장기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좀비기업으로 인한 피해가 기업 규모에 따라 불균형하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분석 결과 자산 및 금융부채 측면에서 경제 전체 좀비기업의 비중을 주도하는 것은 규모가 큰 외부감사기업(외감기업)들이지만, 그로 인한 혼잡효과의 직격탄은 소규모 비외감기업들이 맞고 있었다. 2023년 기준 전체 기업 총자산 대비 외감 한계기업 비중은 4.7%로 비외감 한계기업 비중(2.3%)의 2배가 넘었다.
특히 자산 규모 하위 20%에 해당하는 소기업들은 산업 내 좀비기업 비중이 높아질 때 투자와 고용 측면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이는 규모가 큰 좀비기업들이 실제 매출 창출이나 노동 수요 기여도에 비해 부적절하게 많은 양의 금융 자원(신용)을 점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성장 잠재력이 높은 건강한 소기업으로 가야 할 자금이 차단되는 ‘금융 구축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좀비기업 25% 퇴출시 경제전체 부가가치 0.35%↑
연구를 진행한 이경태 한은 경제연구원 차장은 좀비기업 정리가 단기적으로는 구조조정과 실업 증가 등 고통을 수반할 수밖에 없지만, 이 과정을 미룰수록 경제 전체에 미치는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대로 당장의 고통을 감수하고 좀비기업을 적기에 퇴출하면 경제 전체의 자원 배분 효율성을 높여 상당한 이득을 가져오는 것으로 추정됐다. 시뮬레이션 결과 좀비기업의 25%가 시장에서 퇴출된다고 가정할 경우 경제 전체의 총요소생산성은 0.2%, 부가가치는 0.35% 제고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차장은 “한계기업 문제는 단순히 부실기업 수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 노동, 신용이 생산성 높은 기업으로 원할히 이동하지 못하는 경제 내 자원배분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회생 가능성이 낮은 한계기업의 신속한 정리와 정상기업의 성장 제약 완화를 위한 보완 정책을 함께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경기가 어려울 때보다 성장 여력이 있는 지금이 경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과제를 시행하기에 적기”라면서 “퇴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해가 정상기업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매출채권보험 활성화 등 정책적 보완 장치도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3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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