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43)이 3선을 노리던 이기흥 현 회장(69)을 제치고 제42대 대한체육회장에 당선됐다. 변화와 혁신을 바라는 체육인들의 열망이 대이변을 연출했다는 분석이다.
14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치러진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유 후보는 총투표수 1209표 중 417표를 얻어 득표율 34.49%로 당선됐다. 이 회장은 379표(31.3%)를 얻는 데 그쳤다.
선거인단은 회원종목단체, 체육회 대의원, 17개 시·도 체육회, 228개 시·군·구 체육회 임원과 선수, 동호인 중에서 무작위로 선정됐다. 후보와 선거인 수 모두 역대 최다인 이번 선거는 다른 후보들의 ‘반(反)이기흥’ 단일화 논의가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하면서 이 회장의 우세가 예상됐으나 막판 대반전이 일어나며 체육회는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됐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탁구 남자 단식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유 당선인은 2016년 리우올림픽 당시 각국 선수들이 투표로 뽑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당선돼 스포츠 행정가의 길로 들어섰다. 2019년엔 조양호 대한탁구협회장 별세로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탁구협회장도 맡았다. IOC 선수위원으로 8년간 활동하고, 탁구협회장 재선에 성공하며 ‘발로 뛰는 행정가’ 이미지를 쌓았다.
유 당선인은 공약으로 내세운 지방체육회·종목단체 자립성 확보를 통한 동반 성장, 선수·지도자 올케어 시스템 도입, 학교체육 활성화 프로젝트, 생활체육 전문화를 통한 선진 스포츠 인프라 구축, 글로벌 중심 K스포츠, 생활-전문스포츠 연계 기반 확립 등을 차질 없이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당선 직후 “무거운 책임감이 든다”며 “체육계 현안을 체육인, 관계자들과 함께 해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선거에서 3연임에 도전한 이 회장은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혔다. 그는 업무방해와 금품 수수,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직무정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체육계 관련 부조리의 중심에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그는 주무 부처인 문체부와의 갈등 속에 3선을 저지하려는 정부 차원의 전방위 압박을 받아왔다. ‘체육계 변화’를 기치로 내건 유 당선인 쪽으로 바닥 표심이 기울었다는 분석이다.
유 당선인의 임기는 오는 28일부터 2029년 2월까지. 임기 동안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등 굵직한 국제대회에 한국 선수단을 이끌고 나선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