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네오프로덕션 대표
중국서 라이선스 러브콜 쇄도
일본엔 한국작품 전용관 구상
CJ문화재단 창작지원 발판
지원받던 작가서 제작자로
"중국에 작품 두 개를 소개했더니 라이선스 계약 요청이 10군데 이상에서 왔어요. 창작뮤지컬 산업의 새로운 기회를 봤습니다."
대학로 창작뮤지컬 제작사 네오프로덕션의 이헌재 대표는 지난 10일 매일경제와 만나 "창작뮤지컬이 수출 효자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뮤지컬 라이선스 수출은 해외 제작사가 한국 작품 판권을 구매한 뒤 현지 배우와 스태프로 공연을 올리고 원작사에 로열티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수출하는 입장에서는 공연을 새로 올리는 비용과 흥행 리스크 없이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이 대표는 "티켓 수익만 바라보던 대학로 뮤지컬에 무시하지 못할 규모의 수익원이 추가로 생기는 것"이라며 "이 수익이 로열티 형태로 창작자들에게도 돌아가 창작 환경이 좋아지고, 제작사도 기대 수익이 늘어 보다 과감한 투자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2012년 설립된 네오프로덕션은 '사의 찬미' '비스티' '배니싱' 등 재공연마다 매진 행렬을 잇는 인기작들을 대거 배출한 대학로 대표 제작사다. 회사는 현재 중국에서만 5개 작품의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고, 일본에서도 지난해 '마지막 사건'이 라이선스로 공연돼 흥행한 뒤 작품 의뢰가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는 "일본은 공연 기간이 짧고 개런티 비중이 작아 라이선스 수익이 크지 않았지만, 최근 일본 제작사들이 한국식 장기 공연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수익성이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에 K뮤지컬 전용관을 세우는 구상도 하고 있다.
이 대표의 시선은 아시아를 넘어 더 먼 곳을 향하고 있다. 지난 5월 8일부터 한 달간 런던 사우스워크 플레이하우스에서 좀비 아포칼립스 소재 1인 뮤지컬 '더 라스트맨'을 올리며 영미권 시장 개척에 나섰다.
현지 관계자에게 선보이는 며칠짜리 쇼케이스가 아니라 일반 관객에게 티켓을 판매하며 흥행 리스크를 온전히 떠안은 실전 진출이었다.
본래 영화 전공이던 그는 공연계에 느즈막이 발을 들였다. 유치원을 돌며 아동 공연 티켓을 파는 것을 시작으로 작품 분석, 마케팅 전략, 시장 조사까지 공연 제작 전 과정을 두루 익혔고, 마흔에 전세금으로 회사를 차렸다.
뮤지컬 제작사를 설립하기까지에는 행운도 따랐다. 2011년 CJ문화재단의 신인 뮤지컬 창작자 지원 프로그램 '스테이지업'에 '비스티보이즈' 작가로 선정됐던 것. 스테이지업은 창작지원금과 전담 프로듀서 매칭, 리딩 공연 제작비용을 지원하면서도 판권은 전부 창작자에게 준다. 지금까지 70편의 개발을 지원해 '여신님이 보고 계셔' '라흐 헤스트' 등 22편이 본공연으로 이어졌다.
이 대표는 "회사도 없던 직장인 작가 시절, 스테이지업 덕에 직접 작품을 만들어볼 기회를 얻게 됐다"며 "내가 쓴 대본을 배우가 읽는 모습을 처음 보고 너무 부끄러워서 골방에 들어가 밤새 수정작업에 매달렸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2014년 본공연을 시작해 지금도 재공연되고 있는 대표 레퍼토리 '비스티'가 됐다. 지원을 받은 지 15년이 지난 지금 그는 스테이지업에서 발굴한 창작뮤지컬 '공명'을 직접 무대에 올리며 지원받던 작가에서 지원하는 제작자가 됐다.
[구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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