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 강북·저가 재건축 더 때렸다...3만가구 착공 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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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의 한 아파트는 조합원 1000여 명 중 106명이 다주택자다. 정부 규제로 이주비 대출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는 조합원이 전체의 10%가 넘는 셈이다. 건설사를 통한 추가 이주비 대출도 녹록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를 통해 추가 대출을 받아도 금리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공사 지연과 공사비 증액 등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 재건축·재개발 사업지 곳곳에서 이주비 대출발(發)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이주와 착공 지연으로 올해 서울에서만 3만여 가구의 공급이 늦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가계대출 관리를 전면에 내세우던 정부가 이주비 대출 규제 완화를 전향적으로 검토하는 배경이다.
○서울 정비사업 81%, 이주 차질
17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6·27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과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통해 1주택자의 이주비 대출 담보인정비율(LTV)을 40%(최대 6억원)로 강화했다. 중소형 아파트 두 채를 받는 ‘1+1 분양’ 조합원을 포함한 다주택자의 LTV는 0%로 떨어져 이주비 대출이 원천 차단됐다.
정부가 도심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허용한 1+1 분양이 사실상 대출 규제 앞에서 방향을 잃었다. 금융위원회는 준공 후 3년 이내 1가구를 처분하는 조건으로만 이주비 대출을 허용하고 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소형 주택은 3년간 전매제한이 걸려 있어 대출 예외 조항과 충돌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이주비가 마련돼야 조합원이 기존 주택을 비우고 철거와 착공에 들어갈 수 있다”며 “여유 자금이 없는 주민 대부분이 대출을 이용하기 때문에 이주비 조달이 막히면 착공과 분양, 준공이 연쇄적으로 영향받는 구조”라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이주를 앞둔 정비사업 구역 43곳(3만3300가구) 중 81.4%인 35곳이 대출 규제 정책으로 이주비 조달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 가구 수로는 3만500가구에 달한다. 양천구 신정4구역(1713가구), 강서구 방화3구역(1479가구), 강동구 삼익파크(1384가구), 동작구 노량진3구역(1012가구)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서울시는 “이주비 대출을 단순 가계대출이 아니라 주택 공급을 위한 필수 ‘사업비용’으로 인식해야 한다”며 LTV를 70%로 상향해 달라는 내용을 정부에 건의했다.
○강북 소규모 구역 타격 더 커
서울 외곽 지역, 소규모 사업지일수록 상황이 불리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강남권 등 대규모 정비사업장은 대형 시공사를 통해 비교적 낮은 금리로 추가 이주비를 조달할 수 있다. 규모가 작은 사업장은 대형 사업장보다 3~4%포인트 높은 금리를 감당해야 해 금융 부담이 크다.
다주택자는 대출을 한 푼도 받지 못해 다주택 조합원이 많은 지역은 이주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이주비 대출 규제는 조합원 부담은 늘리고, 금융권만 이익을 보는 구조”라며 “조합원의 금융 부담이 커지고, 신용을 활용할 수 없는 중소 건설사의 참여가 어려워지는 등 결과적으로 사업 지연과 중단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급 차질이 최근 불안한 매매·전세 시장을 더 자극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주택 공급의 약 80%가 민간 재건축·재개발 프로젝트에서 나온다. 전문가들은 실수요와 공급에 쓰이는 자금에 투기 수요와 같은 잣대를 적용하면서 도심 공급의 핵심 통로인 정비사업이 제약받는 구조가 됐다고 지적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착공이 한 번 미뤄지면 그 여파가 수년 뒤 입주 물량 감소로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만큼 중장기 공급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과도한 이주비 대출 규제는 단순히 대출을 제한하는 문제를 넘어 주택 공급 속도를 늦추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강영연/유오상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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