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을 세우면 가장 먼저 물이 마르는 곳은 상류가 아니다. 원래 물이 부족했던 하류 쪽이다. 정부의 대출 규제도 비슷하다. 투기 수요를 막겠다는 명분으로 금융의 문턱을 높였지만, 먼저 흔들리는 곳은 현금부자나 강남 알짜 사업장이 아니라 신용과 담보가 약한 개인, 그리고 소규모 정비사업장이다.
정부는 가계부채를 줄이고 부동산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대출 문턱을 높여왔다. 지난해엔 실제 대출 금리에 가상의 스트레스 금리까지 더해 한도를 낮췄다.
대출 규제에 대한 불만은 투기 세력이 아닌 저신용자 계층에서 더 컸다. 은행은 저신용자부터 밀어냈기 때문이다.
재건축·재개발 현장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 정부는 1주택자의 이주비 대출 한도를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0%, 최대 6억원으로 제한했다. 2주택자 이상은 이주비 대출을 받을 수 없도록 했다. 투기 수요를 막겠다는 취지였지만, 현장에서는 사업장별 체력 차이가 더 뚜렷해졌다.
가장 먼저 흔들리는 곳은 소규모 재개발 사업장이다. 기본 이주비 대출만으로는 주민들이 이주할 돈이 부족해 시공사 보증을 통한 추가 이주비 대출이 필요하다. 하지만 소규모 사업장은 중견·중소 건설사가 시공을 맡는 경우가 많아 금융권도 보증을 꺼린다. 현재 서울에서 추가 이주비 대출 협상이 진행 중이거나 예정된 사업장 13곳 중 9곳이 소규모 사업장이다.
반면 한강벨트 재건축 등 핵심 사업장은 대형 건설사 보증을 받아 안정적으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추가 이주비 대출 협상을 마친 3곳도 강남구와 마포구에 있다. 사업성이 좋은 곳은 더 빨리 정비되고, 인프라가 부족한 노후 지역은 정비 속도가 하염없이 늘어지게 되는 것이다.
금융은 돈이 필요한 곳보다 갚을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흐른다. 대출 문턱이 높아질수록 이 냉정한 선별은 더 뚜렷해진다. 정비사업이 멈추면 주택 공급만 줄어드는 게 아니다. 낡은 주거지의 배관, 주차난, 안전 문제도 그대로 남는다. 투기를 잡겠다는 규제가 노후 주거지 개선까지 묶어두지 않으려면 더 정교한 보완책이 필요하다.










![[속보] 北, 韓·EU성명에 “체제존중 위장 내던져…韓 적대 원칙 불변”](https://pimg.mk.co.kr/news/cms/202606/13/news-p.v1.20260613.89255ddca2b0487c98e7f979e85a8a39_R.jpg)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