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적인 공급 부족에 고강도 대출 규제까지 겹치면서 수도권 분양시장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분양 물량이 뜸한 가운데 실수요자가 몰리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대출 규제(6·27 부동산 대책)에 따른 매수 심리 위축으로 수도권 아파트 공급을 맡은 주택사업자의 분양 시장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전문가들은 “향후 공급난이 더 심해질 수 있어 청약 시장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며 교통 학군 등 기반 시설이 잘 갖춰지는 공공분양 단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 고강도 대출 규제 효과 여전
주택산업연구원의 8월 전국 아파트 분양시장 전망에 따르면 분양전망지수는 전국 평균 75.1로 지난달(97.0)보다 21.9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수도권은 지난달 113.9에서 이달 81.4로 32.5포인트 급락하며 시장 분위기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같은 기간 비수도권 역시 93.4에서 73.7로 19.7포인트 내렸다.
수도권에선 서울이 지난달 121.2에서 이달 88.6으로 32.6포인트 내렸다. 경기는 같은 기간 112.1에서 78.8로 33.3포인트 하락했고, 인천은 108.3에서 76.9로 하락 전망됐다. 주산연은 고강도 대출 규제의 영향과 추가 대출 규제에 대한 경계 심리로 매수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며 “아파트 거래량 감소로 수도권 분양시장 전망도 부정적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분양 관련 다른 전망도 하락했다. 분양물량전망지수는 전월 대비 28.5포인트 하락한 77.3으로 집계됐다. 대출 규제 여파로 아파트 거래량이 급감하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 폭이 둔화함에 따라 사업자의 신규 공급 계획이 위축될 것이란 예상이다. 분양가격전망 역시 지난달 115.9에서 15.9포인트 하락한 100을 기록했다. 신규 주택 물량 감소로 원가가 하락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6·27 대출 규제’의 영향으로 서울 분양 단지에 청약할 수 있는 실수요자는 앞으로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규제 후 처음으로 공급되는 강남권 분양단지인 송파구 ‘잠실르엘’을 최근 청약 일정을 확정 지었다. 분양가가 3.3㎡당 6104만원에 달한다. 지난해 분양한 ‘잠실래미안아이파크’의 분양가(3.3㎡당 5409만원)와 비교하면 700만원 높다. 잔금대출 한도가 6억원으로 제한된 상황에서 고가의 강남권 아파트 분양에 참여할 수 있는 수요자는 적을 수밖에 없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평가다.
◇ 수도권 공급 위축 장기화
서울 분양 단지의 가격이 높지만, 서울 내 공급이 적어 경쟁률은 더 높아지고 있다. 최근 선보인 동대문구 ‘제기동역 아이파크’는 38가구 모집에 3503명이 몰리면서 92.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용면적 59㎡ 기준 분양가가 11억460만원으로 책정돼 대출 부담이 클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서울 분양 단지가 적어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평가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서울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통해 새 아파트를 공급해야 하는데, 정부의 각종 대책에도 공급이 늦어졌다”며 “신규 분양 단지가 워낙 적은 탓에 분양가와 상관없이 청약 경쟁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달 전국 분양 물량은 1만4109가구로 지난 6월(1만794가구)보다 31% 증가했다. 하지만 서울은 82가구 분양에 그쳤다. 연내 분양 물량도 부족하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일반분양 물량은 총 7358가구에 불과하다. 지난해(1만149가구)에 비해 28% 줄어든 수치다. 2021년(2960가구) 이후 4년 만에 가장 적은 물량이다.
내년은 서울 분양 물량이 더 줄어들 예정이어서 당분간 공급 절벽에 따른 청약 경쟁 과열 현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을 살펴보면 2029년까지 급감하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대출 규제 효과에 더해 수도권까지 청약 과열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 과천주암 등 공공분양 ‘주목’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에도 자금조달 부담이 덜한 공공분양 주택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하반기 수도권에 1만1922가구를 공급한다. 이중 서울과 인접한 핵심 입지 단지가 다수 포함돼 있다.
이달엔 경기 과천 주암지구에서 686가구 규모의 신혼희망타운 물량이 나와 실수요자의 관심을 받고 있다. 과천 주암지구는 서울 서초구 우면동과 양재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맞닿아 있다. 강남권 인프라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주변에 렛츠런파크와 서울대공원, 국립현대미술관 등 문화시설도 있다. 북서쪽에는 과천 과천지구 개발도 예정돼 있어 향후 개발 수혜를 기대해볼 수 있다. 오는 12월엔 공공분양 120가구와 신혼희망타운 812가구가 추가 공급된다.
구리갈매역세권도 서울 접근성이 좋은 공공택지로 꼽힌다. 경춘선 갈매역이 지구 안에 있다. 경춘선 별내역에는 서울지하철 8호선 연장선인 별내선이 지난다. 별내선을 이용하면 송파구 잠실까지 30분 안에 이동이 가능하다. 2030년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B노선이 개통될 예정이다. 구리갈매역세권에선 이달 신혼희망타운 1182가구가 공급된다. 뒤이어 공공분양 251가구도 본청약 일정을 시작한다. 업계 관계자는 “정책대출 혜택을 받을 수 있고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공공분양에 실수요자가 몰릴 전망”이라며 “서울 접근성이 좋고 교통환경이 뛰어난 단지를 선별해 청약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