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주거·생계 따로면 주택 분양 시 주민등록 같아도 별도 세대"

4 weeks ago 11

대법원이 주민등록상 동일 세대로 등록돼 있더라도 실제로 주거와 생계를 함께하지 않는다면 별도 세대로 봐야 한다는 판단을 내놨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달 27일 주택분양 신청자 A씨 등 3인이 산성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을 상대로 낸 수분양권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주민등록상 동일 세대라는 이유로 각자의 분양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본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원고 A씨는 2019년 9월 아내 B씨, 동생 C씨와 함께 각각 주택 분양을 신청했다. 이 중 A씨 부부는 A씨 명의로 한 건의 주택을, C씨는 단독으로 주택을 신청했다. 그러나 조합 측은 B씨와 시동생인 C씨가 주민등록상 동일 세대주 아래 등록돼 있다는 점을 근거로 세 사람을 하나의 세대로 판단해, 같은 해 10월 1세대 1주택 원칙에 따라 단 한 건의 분양만 허용하는 내용의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나 당시 상황을 보면 B씨는 시동생 C씨와 동일한 세대주인 A·C의 아버지(B씨의 시아버지) 명의 세대에 함께 등재돼 있었다. B씨는 2018년 귀국 후 시아버지 명의 세대에 전입신고를 한 뒤 2019년 다시 출국해 해외에 체류 중이었다.

이에 원고들은 조합의 판단이 위법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주민등록상으로는 동일 세대로 돼 있었지만 실제로는 함께 거주하지 않았고, 생계도 독립적으로 운영했다”며 “각자에게 주택 분양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은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1심 재판부는 “B씨가 대부분의 기간 해외에 거주하고 있고, 2019년 1월 재외국민으로 등록하기도 한 점 등을 종합해 보면, B씨와 C씨가 생계를 같이하는 자로서 동일 세대를 구성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조합의 분양 결정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조합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구 도시정비법 제26조 제1항 제1호에서 규정하는 ‘동일한 세대를 이루고 있는 세대원’인지 여부는 주민등록법령에 따라 작성된 주민등록표 등 공부에 의하여 형식적으로 결정할 수밖에 없다”며 “‘동일한 세대’ 해당 여부는 실질적으로 같은 세대를 이루어 거주하고 있는 경우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뒤집고 실제 주거·생계 공동 여부에 따라 세대를 판단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세대’는 현실적으로 주거와 생계를 같이하는 사람들의 집단으로, 이는 사실상 ‘가구’와 같은 의미로 봐야 한다”며“실제로 주거와 생계를 같이하는지를 기준으로 1세대 여부를 판단한다고 해서 정비사업의 사업성 저하를 방지하 고자 하는 구 도시정비법의 취지를 해하는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황동진 기자 radhwang@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