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정보활동기본지침 중 일부는 공개해야"…국정원 처분에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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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국가정보원이 직무 수행의 원칙·범위·절차 등을 규정한 ‘정보활동 기본지침’ 가운데 일부 조항을 제외하고는 공개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항목을 제외하고 나머지 내용은 국민에게 공개돼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지난달 27일 국가보안법상 특수잠입·탈출 등 혐의로 재판 중인 박모 씨가 국가정보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정보비공개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와 피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는 지침 12개 조항 가운데 3개 조항을 제외한 9개 조항은 공개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박 씨는 북한 공작원의 지령을 받고 간첩 활동을 벌여온 혐의로 기소된 ‘충북동지회’의 일원이다. 그는 국가보안법상 특수잠입·탈출 등 혐의로 재판받고 있다. 박 씨는 2022년 1심 재판을 받던 중, 국정원이 자신을 장기간 불법 사찰하고 위법하게 수집한 정보로 수사했다고 주장하며 ‘정보활동 기본지침’의 내용을 공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지침은 국가정보원법 제4조 제2항에 근거해 제정된 내부 문서로, 국정원의 직무 수행 원칙과 절차, 활동 범위 등을 총 12개 조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정원은 같은 해 지침 전체를 비공개 처리하며 공개 요청을 거부했고, 이에 박 씨는 정보공개 거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지침 중 제7조만 비공개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나머지 11개 조항은 공개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비공개 대상을 제6조와 제11조까지 확대했지만, 지침 전체를 비공개해야 한다는 국정원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비공개 대상이 아닌 조항들은 정보활동의 목표, 정치적 중립 의무, 불법 행위 금지 등 원칙적 내용을 담거나 내부 행정 절차를 규정한 수준에 불과해 공개하더라도 문제가 없다고 보고, 정보공개 거부 처분을 취소했다.

제6조는 국가안보를 해칠 우려가 있는 행위자에 대한 대응 조치, 제7조는 정보활동 절차, 제11조는 정보활동 수행 시 원칙과 직원 보호 조치를 각각 규정한 조항으로 알려져 있다. 2심 재판부는 이들 세 조항에 대해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라며 “국정원의 정당한 업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국정원과 박 씨는 모두 항소심 판결에 불복했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며 양측의 상고를 기각했다.

한편, 지난해 9월 1심 재판부는 박 씨에게 징역 14년을 선고했다.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박 씨와 함께 간첩 활동에 가담한 것으로 지목된 ‘충북동지회’ 간부 3명은 지난달 13일 대법원에서 각각 징역 2∼5년형을 확정받았다.

황동진 기자 radhw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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