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강사 최태성이 MBC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에 대해 비판한 후 "배우들이 희생양이 됐다"며 사과했다.
최태성은 19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어제 올린 글로 인해 상처받았을 배우님들께 죄송하다는 말씀 올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최근 종영한 MBC 금토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의 역사 왜곡 논란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과정에서 주연 배우들에게 화살이 돌아가는 모양새가 되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최태성은 "아이유 배우님의 SNS글, 변배우님의 자필 편지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면서 "다시는 이런 모습 반복되지 않도록 이제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는 글을 썼는데, 불똥이 엄한 곳으로 튀는 듯하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전문가로서 배우들의 처지에 깊이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태성은 "저도 가끔 역사 용어를 헷갈린다"며 "배우님들이 그런 전문적 용어와 상황마저 이해하라고 요구하기에는 무리"라고 항변했다.
이어 "고증 시스템이 단단한 갑옷이 되어 배우님들을 보호해야 하는데 늘 헐렁해서 불안하니 이제 배우님들이 희생양이 되는 거 그만하자는 글을 쓰며 역사물 고증 연구소 대안을 올린 것"이라며 "그래야 우리가 사랑하는 배우님들이 또 곤혹을 치르지 않을 테니까"라고 부연했다.
단순한 비판을 넘어 제도적 해결책도 짚었다. 최태성은 "사람을 공격하는 대신 더 단단한 고증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며 "정부 기관인 국가유산청과 문화체육관광부 예산도 이쪽으로 일부나마 편성해 주시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아울러 "배우님들이 계약을 체결할 때 고증은 누구에게, 어디서, 어느 정도로 받았는지가 작품 선정의 중요한 조건 중 하나가 되기를 바란다"며 업계의 인식 변화를 촉구했다.
제작사를 향한 날카로운 쓴소리를 남기기도 했다. 최태성은 "제작진은 고증 연구소에 합당한 비용과 시간을 지불해 주시기 바란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고증 연구소는 체계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안전하고 검증된 데이터베이스를 영화나 드라마가 필요로 하는 세계관 구축에 제공해 주시길 바란다"며 "그래야 작가의 상상력도, 감독의 연출력도, 배우의 연기력도 보호받으니까요, 그래야 대한민국의 K-드라마가 지구인들에게 더 큰 힐링과 감동을 주니까"라고 덧붙였다.
'21세기 대군부인'은 입헌군주제 대한민국을 무대로 삼아 자체 최고 시청률 13.8%를 기록하며 막을 내렸으나, 종영 직전 방영된 회차에서 치명적인 고증 오류를 범하며 동북공정 논란에 휩싸였다.
극 중 대군 즉위식에 제후국 용어인 '천세'가 등장하고, 황제의 복식이 아닌 구류면관이 노출된 점이 화근이었다. 여기에 중국식 다도법과 일본 왕실을 연상시키는 설정까지 더해지면서 시청자들의 공분을 샀다.
최태성은 지난 18일 작품 속 세부 설정을 두고 "이제 정신 좀 차리시옵소서"라거나 "줄이 9개? 황제는 12개야", "천천세? 황제는 만만세야" 등의 문구를 기재하며 치명적인 예법 오류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어 "역사학계를 존중해 주기 바란다. 배우들의 출연료는 몇 억을 아낌없이 지불하면서 역사 고증 비용은 몇 십만으로 왜 퉁치려 하시는지. 왜 그리도 아까워하시는지.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서 고증에 드는 시간은 왜 그리도 무시하시는지"라고 일침했다.
논란이 커지자 주연 배우인 아이유와 변우석은 지난 18일 일제히 사과문을 게재했다. 아이유는 "드라마 속 여러 역사 고증 문제들에 있어 더 깊이 고민하지 않고 연기에 임한 점 변명의 여지 없이 반성하고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변우석 역시 자필 편지를 통해 "배우로서 연기뿐 아니라 작품이 가진 메시지와 맥락까지 더욱 책임감 있게 살펴보고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깊이 새기게 됐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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