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고 ‘이도류’ 이현민은 6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마산용마고를 상대한 제80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2회전이 끝난 뒤 이렇게 말했다. 이현민은 이날 6-4로 앞서던 2회말 1사 주자 2, 3루 때 팀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해 4이닝 5탈삼진 1실점으로 1점 차 리드를 지켜 8-6 승리에 힘을 보탰다. 그런데도 타석에 서지 못한 게 못내 아쉬운 눈치였다.
투타 겸업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이현민은 올해 황금사자기에선 2회전에 투수로만 나섰다. 주말리그 때 주루하다 왼쪽 허벅지 근육을 다쳐 몸 상태가 100%로 올라 오지 않은 탓이다. 이현민은 “3일간 몸 상태를 완전히 회복해서 9일 경기 땐 3, 4번 타자로도 나서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현민은 대구 경상중 재학 시절 “하현승보다 한 수 위”라는 평가를 받았다. 부산고의 ‘좌타니(왼손 투수+오타니)’로 불리는 동갑내기 하현승은 현재 투타 모두 고교 3학년 중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에 반해 이현민은 대구고 입학 후 부침을 겪었다. 1, 2학년을 통틀어 타자로 8경기에 나와 타율 0.267(15타수 4안타)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투수로서도 12경기에서 12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6.00을 남긴 게 전부다.이현민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하)현승이와 대결 구도가 많이 신경 쓰였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얽매이면서 내 할 일에 집중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 이현민은 지난겨울 ‘무엇이든 결국 해내는 사람’이라는 책을 읽고 또 읽었다. 이현민은 “책을 읽으면서 내 앞에 있는 사람을 추월하기보다 내 페이스대로 꾸준히 달리자고 각오를 다졌다. 그러자 초조함이 사라졌다. 이젠 누군가한테 쫓기듯 던지고 달리지 않는다”고 했다. 이 다짐을 잊지 않기 위해 올해 1월 자신의 야구 모자에 이렇게 새겼다. ‘책임감.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

1976년 창단한 대구고 야구부는 고교야구 4대 메이저대회 중 황금사자기 우승 트로피만 없다. 대통령배, 청룡기, 봉황기에선 우승을 차지한 적 있지만 황금사자기에선 준우승만 3번이다. 이현민은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황금사자기 우승을 바라고 있다”고 했다.
인터뷰 내내 진지한 표정이던 이현민은 ‘점심 메뉴’ 이야기가 나오자 앳된 미소를 띠었다. 이날 오전 9시 30분 시작된 이 경기는 오후 1시 30분이 돼서야 끝났다. 이현민은 “오늘 이기면 다 같이 냉면을 먹기로 했다. 다행히 이겨서 지금 냉면을 먹으러 간다”며 웃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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