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 사익 편취 등 중대한 불공정 행위를 저지른 기업에 사업 매각 등을 강제하는 ‘구조적 조치’를 도입하기로 했다. 기업 소유·지배구조에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기는 만큼 논란이 예상된다. 공정위는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던 조사국을 부활하고, 동일인 지정 자료를 허위 제출하는 대기업 총수 개인에게 과징금 최대 200억원을 부과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경제계에선 공정위의 기업 옥죄기가 과도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공정위, 기업 분할 권한 쥔다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지난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정부 출범 1주년을 계기로 연 기자간담회에서 “구조적 조치는 기업의 위반 행위를 사전에 억제할 수 있는 강력한 제도”라며 “올 하반기 도입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주 위원장이 언급한 구조적 조치는 경쟁 제한 문제를 해소하거나 불공정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기업 분할, 지분 매각, 사업 매각 등을 경쟁당국이 명령하는 제도다.
그는 “미국 등 선진국에선 30~50년 전 도입해 유지하는 제도”라며 “최근 들어 구조적 조치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법무부는 2023년 의약품 가격 담합을 주도한 테바제약에 담합과 관련된 사업을 제3자에게 매각하도록 명령했다. 유럽연합(EU) 경쟁당국도 디지털 광고 시장을 독점한 구글에 지난해 자진 시정 방안 제출을 요청하며 “광고 기술 사업 부문 매각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국내 공정거래법에선 기업 결합으로 경쟁 제한 우려가 있거나 상호출자 제한 규정을 어긴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주식 처분 등 구조적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구조적 조치는 최후 수단에 가까운 개념”이라며 “예외적이고 중대한 상황에 한정해 발동되도록 신중하게 제도를 설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조적 조치를 도입하려면 공정거래법 개정이 필요하다.
◇‘재계 저승사자’ 부활
주 위원장은 조사국 부활도 공식화했다. 그는 “공정위 인력을 237명 추가 증원하고, 대기업집단 등의 중대 법 위반 행위와 대규모·복합 사건 조사를 담당하는 중점조사기획단을 신설하겠다”고 말했다. 40명 규모로 꾸려질 중점조사기획단은 대기업집단, 플랫폼, 민생 밀접 독과점 부문에 걸쳐 중대 법 위반, 대규모·복합 사건 조사를 전담한다. 경제계에선 과거 대기업을 상대로 전방위 기획조사를 벌여 재계 저승사자로 불린 조사국을 부활시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국은 1996년 출범해 대기업 부당 내부 거래와 불공정 행위 조사를 전담했다. 하지만 기업 경영 활동을 위축시키고 정권 입맛에 맞는 조사를 한다는 비판이 이어져 2005년 폐지됐다. 주 위원장은 “중점조사기획단은 정권이 아니라 국민 눈높이에 맞는 조사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공정위는 동일인 지정 자료를 허위 제출하는 행위에 강력한 경제 제재를 하기로 했다. 기존 형사 제재(1억5000만원 이하 벌금 또는 2년 이하 징역)로는 억지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해서다. 그는 “과징금은 확정되지 않지만 최대로 설정하면 200억원까지 가능하다”며 “대기업 오너라도 개인에게 200억원은 적은 돈이 아니기 때문에 제재의 실효성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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