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연구소] 한글화, 글로벌 마케팅 전략으로
해외 출판사, 한글 표지 디자인 활용
“수천 권 속에서 세련된 차별성 부여”… 원서 제목보다 더 크게 한글 쓰기도
한글, 트렌드 상징 언어로 자리잡아… 라면-만두-화장품에도 한글 표기
최근 K콘텐츠가 글로벌 히트를 치면서 한글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해외 출판사들도 한국 문학 등을 소개하며 한글을 현지 언어보다 더 크게 쓰거나 전면에 배치하는 경우가 잦다. 한국 화장품이나 음식 포장지에 한글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9일 한글날이 579돌을 맞은 가운데, 한글의 디자인적인 주목도가 글로벌 시장에서 갈수록 높아지는 모양새다.
● “한글 써야 현지에서 좋아해”
출판사 에디토리알 화랑의 경우엔 작품에 등장하는 주요 단어를 한글로 표지 곳곳에 넣기도 한다. 4일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 응한 니콜라스 브라에사스 대표는 이에 대해 “특히 30세 이하 현지 독자들에겐 한글의 인지도가 매우 높다”며 “서점에 진열된 수천 권의 책 가운데서도 한글은 세련된 차별성을 부여한다”고 설명했다.프랑스의 ‘드크레센조(Decrescenzo)’ 출판사도 지난해 프랑스인이 한국의 사진 작품을 해설한 에세이 ‘빛을 향한 여행’ 프랑스판에서 ‘골목’이란 글자를 표지 전면에 바둑판식으로 배치했다. 프랑크 드크레센조 대표는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온 유서 깊은 의미를 지닌 골목의 가치를 강조하고 싶었다”며 “표지엔 한국어의 고유한 문자 체계인 한글을 담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여겼다”고 했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등을 번역 출간한 브라질 출판사 인트린세카(Intr´inseca)의 레베카 볼리테 편집국장 역시 “브라질은 K드라마, K팝 팬층이 두꺼워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크다”며 “한국 작가들의 책이 K컬처 팬들에게 쉽게 인식될 수 있도록 원서 표지의 요소를 가급적 유지한다”고 했다.
해외에서 작품의 현지화(Localization) 대신 ‘한글화(Hangeulization)’가 새로운 마케팅 전략이 되고 있는 셈이다. 그간 서구 출판계가 우리 책을 번역 출간할 때 ‘오리엔탈리즘’(서양이 동양을 바라보는 왜곡된 인식과 태도)에 의존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던 상황과는 사뭇 달라진 것이다. 이전에는 책 내용과 무관하게 여성이나 한복 차림의 인물 등을 표지에 사용하곤 했다. 브라에사스 대표는 “이제는 한글의 사용이 한국적 정체성을 표현하는, 훨씬 더 진정한 방법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한글, 트렌드와 감각의 문화적 언어”
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장은 “한글은 직선과 동그라미라는 간결한 도형에서 뿜어져 나오는 예술적·디자인적 가치가 매력을 끈다”며 “한글 자체가 가진 기하학적 예술성에 K팝이나 K드라마의 인기가 합쳐지면서 한글은 ‘트렌드’와 ‘감각’을 상징하는 문화적 언어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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