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엔화는 뛰는동안 ‘얼음’된 원화 스테이블 코인…생존 해법은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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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엔화는 뛰는동안 ‘얼음’된 원화 스테이블 코인…생존 해법은 ‘연결’

입력 : 2026.04.03 13:19

쟁글 리서치, “정산 3일을 3분으로”
금융 혁신 앞당길 원화 스테이블코인
국경 넘는 결제망, 오케스트레이션 필수
카카오·라인 동맹 ‘카이아’ 실사용 인프라
SWIFT 대비 송금비 87% 절감, 1금융권 PoC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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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일본이 스테이블코인을 실제 결제와 정산 인프라에 연결하는 단계에 진입한 가운데 한국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는 여전히 ‘누가 발행하느냐’를 둘러싼 법안 조율에 머물고 있다.

이에 대해 발행 주체 결정만으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 가상자산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블록체인 전문 리서치 기관인 쟁글 리서치는 3일 보고서를 통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발행을 넘어 실제 유통과 사용 구조를 설계해야 비로소 글로벌 시장에서 의미 있는 지급결제 인프라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 ‘발행 주체’ 법안 논의에 묻힌 ‘유통 설계’ 과제

미국, EU, 일본 등 주요국의 스테이블코인 규제 및 시행 현황. [자료= 쟁글]

미국, EU, 일본 등 주요국의 스테이블코인 규제 및 시행 현황. [자료= 쟁글]

현재 국내에서 시행 중인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이용자 자산 보호와 불공정거래 방지에 초점을 맞춘 법안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상환·유통 구조는 다루지 않는다.

이를 본격적으로 규율하는 것이 현재 발의된 디지털자산기본법(2단계 입법)이다. 발행 주체의 최소 법정 자본금, 준비자산 100% 이상 분리 예치, 관계기관 협의 기반 발행 인가 등이 핵심 조건으로 거론된다.

문제는 논의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이 발행 주체를 사실상 주도하도록 하는 ‘은행 지분 50%+1주 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등을 둘러싸고 여야 디지털자산 TF·금융당국·한국은행 간 협의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 글로벌은 이미 ‘발행 이후’를 경쟁 중

꾸준히 우상향 중인 글로벌 장외 외환시장(OTC FX) 일평균 거래 규모 추이. [자료 = 쟁글]

꾸준히 우상향 중인 글로벌 장외 외환시장(OTC FX) 일평균 거래 규모 추이. [자료 = 쟁글]

반면 글로벌 주요국은 발행 이후의 유통·연결 구조 경쟁에 진입해 있다. 미국에서는 USDC가 비자(Visa), 은행과 함께 정산 파일럿을 진행하며 카드 결제 레일에 연결됐다.

카드로 결제하면 뒷단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정산되는 구조다. 페이팔이 발행한 PYUSD는 사용자 간 송금과 온라인 가맹점 결제에 쓰이고 있다.

유럽에서는 EURC가 와이어x(Wirex)·비자 파트너십을 통해 카드 결제 온체인 정산에 적용됐고 일본에서는 JPYC가 퍼블릭 체인 위에서 유통되며 라인 메신저와의 연동을 예고하고 있다.

공통점은 하나다. 이들 모두 발행 허가를 얻은 뒤 곧바로 유통과 연결 구조를 설계했다. 임형석 쟁글 연구원은 “이제 더 중요한 질문은 발행 허용 여부가 아니라 어떤 스테이블코인이 더 넓은 유통 채널과 사용처를 확보하느냐”라고 강조했다.

◆ 하루 9.6조 달러 외환시장을 겨냥한 ‘오케스트레이션 레이어’

전통 금융 시장에서 외환 거래 시 동시 결제(PvP)를 통해 미정산 위험을 통제하는 CLS 은행의 업무 구조. 온체인 상에서도 서로 다른 통화의 스테이블코인을 안전하게 교환하기 위해 이와 같은 ‘오케스트레이션 레이어’가 필수적이라는 게 쟁글의 설명이다. [자료 = 쟁글]

전통 금융 시장에서 외환 거래 시 동시 결제(PvP)를 통해 미정산 위험을 통제하는 CLS 은행의 업무 구조. 온체인 상에서도 서로 다른 통화의 스테이블코인을 안전하게 교환하기 위해 이와 같은 ‘오케스트레이션 레이어’가 필수적이라는 게 쟁글의 설명이다. [자료 = 쟁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진짜 잠재력은 해외 송금·국경 간 결제·온체인 FX처럼 여러 통화와 채널을 함께 다뤄야 하는 영역에서 드러난다.

국제결제은행(BIS) 통계에 따르면 2025년 4월 기준 글로벌 장외 외환시장의 일평균 거래 규모는 9.6조달러이며 현물환 거래만도 하루 3조달러 수준이다. 그러나 이 시장은 지금도 중개기관을 거치는 구조 탓에 정산에 1~3영업일이 걸리고 수수료·환율 스프레드 비용도 높다.

이 비효율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오케스트레이션 레이어’다. 전통 금융에서는 CLS은행이 양쪽 통화를 동시에 결제(PvP)하는 방식으로 외환 정산 리스크를 제거하지만 온체인 환경에서는 원화·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서로 다른 블록체인 위에 있을 때 한쪽 거래만 완료되는 비대칭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이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정산하는 인프라가 오케스트레이션 레이어다.

글로벌 주요 플레이어들도 이 레이어 구축에 나서고 있다. 테더는 ‘USDT0’를 통해 이더리움 기반 USDT 유동성을 여러 체인으로 확장 중이고 마스터카드는 법정통화와 스테이블코인 사이 결제·정산을 연결하는 인프라 기업 BVNK를 인수해 온체인 결제와 기존 결제 레일의 직접 연결 구조를 확보하려 하고 있다.

◆ 카이아, ‘1초 정산’ + ‘2억5000만 사용자망’으로 인프라 선점

블록체인 기반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기존 시중은행의 결제 효율성 비교. [자료 = 쟁글]

블록체인 기반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기존 시중은행의 결제 효율성 비교. [자료 = 쟁글]

국내에서 이 오케스트레이션 레이어 구축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블록체인이 카이아(Kaia)다. 카카오의 클레이튼과 라인의 핀시아가 합병해 출발한 EVM 기반 퍼블릭 블록체인으로 카카오톡·라인 등 아시아 메신저 플랫폼을 통해 2억5000만명 이상의 실사용자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기술을 먼저 만들고 사용자를 찾는 게 아니라 이미 사용자가 있는 채널 위에 인프라가 올라가 있다는 점이 다른 블록체인과의 차별점이다.

카이아는 지난 2일 국내 1금융권 은행과 K-STAR 얼라이언스(람다256·안랩블록체인컴퍼니·오픈에셋)가 함께 수행한 개념 실증(PoC Phase 0) 결과를 담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아키텍처 제안서를 공개했다. 국내 블록체인 인프라 기업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기술 설계 표준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PoC에서 카이아는 기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기반 해외 송금 대비 정산 시간을 1~3영업일에서 3분 미만으로 단축하고, 비용을 약 9600원에서 1250원 미만으로 줄이는 성과를 냈다.

중개 환거래은행도 기존 2~4개에서 0개로 줄여 SWIFT 중개 구조 자체를 블록체인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을 실제 시나리오에서 검증했다.

검증 범위는 발행에 그치지 않았다. 국내 오프라인 결제, 해외 송금, 그리고 화이트리스트·KYC·AML 기반 준법 통제까지 실제 거래와 유사한 조건으로 설계·점검했다.

◆ “발행보다 유통 구조 설계가 먼저”

블록체인 기반 결제망이 실제 금융 인프라로 작동하기 위한 오케스트레이션 레이어의 정산 기능 요건. 거래 확정 속도와 수수료의 안정성, 가용성 등이 핵심 검증 대상이다. [자료 = 쟁글]

블록체인 기반 결제망이 실제 금융 인프라로 작동하기 위한 오케스트레이션 레이어의 정산 기능 요건. 거래 확정 속도와 수수료의 안정성, 가용성 등이 핵심 검증 대상이다. [자료 = 쟁글]

카이아는 정산 안정성 고도화와 함께 아시아 다통화 유동성 풀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USDT를 중간 자산으로 거치는 현재 방식에서 나아가 홍콩·일본·태국·베트남·인도네시아·필리핀 등 아시아 6개국 현지 스테이블코인을 직접 온보딩해 통화 간 유동성 풀을 구축하는 방향이다.

이와 함께 라인 넥스트와 협력해 스테이블코인 기반 웹3 슈퍼앱 ‘프로젝트 유니파이(가칭)’도 연내 베타 서비스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스테이블코인 예치 수익, 결제, 송금, 온·오프램프, NFT·게임 등을 통합 제공하는 구조다.

서상민 카이아 DLT 재단 의장은 “스테이블코인은 규제와 기술이 분리된 채 발전할 수 없는 영역”이라며 “입법 논의가 진행되는 지금, 기술 표준을 먼저 제시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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