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親코인 기대감 고조
가격 급등·거래 폭증 영향
코인 이민 규모도 크게 늘어
당국선 묻지마 투자 경고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이용자 자산이 사상 최초로 100조원을 돌파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 이후 가상자산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코인 가격의 급등과 함께 거래량 역시 폭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거래소에 상장되는 코인 중에서는 투기 수요를 노린 것들도 적지 않은만큼 투자에 나설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13일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가 보유한 이용자의 가상자산과 예치금 등 자산 합계는 11월 말 기준 115조7267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상자산 거래가 시작된 이후로 가장 많은 금액이다. 10월말 65조원 수준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한달 만에 50조원 가량이 불어났다.
짧은 기간 가상자산 이용자 자산이 급증한 배경엔 ‘가상자산 대통령’을 자칭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가 있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가상자산 규제 완화와 비트코인 전략자산 비축 등을 공약한 바 있다. 트럼프 당선으로 가상자산 산업 육성 공약에 관한 기대감이 커지자 지난 5일 비트코인은 사상 처음으로 10만달러를 돌파했다. 같은 날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도 비트코인은 처음으로 1억4000만원을 넘어섰다.
가상자산거래소 이용자 자산은 그간 이같은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 및 산업 육성에 대한 전망에 큰 영향을 받으며 성장해 왔다.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우세했던 지난해 말에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작년 11월말 기준으로 40조원 수준이던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이용자 자산은 한달 뒤인 작년 12월말엔 79조원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장경필 가상자산 플랫폼 쟁글 리서치 센터장은 “트럼프 당선 이후 가상자산 투자 심리가 늘어나면서 신규 자금이 유입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기존 이용자들이 보유하고 있던 가상자산 가격이 많게는 2배 이상 상승한 것도 반영됐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커지는 자산 규모만큼이나 해외로 이탈도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례로 지난 11월 한 달간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국내 5대 코인거래소에서 스테이블코인의 월간 거래량이 16조원을 기록했다. 이는 테더(USDT)와 서클(USDC) 등 스테이블코인 매수, 매도 거래대금 합산이다. 스테이블코인은 1개당 가격이 1달러로 고정된 코인으로 시세차익을 노릴 수 없다. 대부분 자산을 해외거래소 또는 개인지갑으로 이동하기 위한 수요다. 올초 월간 2조원 수준이던 것이 6배 이상 늘어난 것은 국내를 떠나 해외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거래량이 폭증하는 가운데, 이 틈을 타고 빠르게 상장했다 사라지거나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되는 코인 투자에 신중할 것을 당부하고 나섰다. 금융위원화와 금융감독원은 국내거래소와 해외거래소 간 가격 차이가 크게 발생하는 등 이상 징후를 보이는 코인을 ‘거래주의종목’ 및 ‘거래유의종목’에 지정하는 등 이상 거래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