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기준 공시 비중 31% 그쳐
승급 평가·상장특례 유지와 공시 연계
자율참여서 제도상 인센티브로 전환
코스닥시장 밸류업 제도가 오는 7월 전환점을 맞는다. 한국거래소가 코스닥 기업의 특성을 반영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 개정에 나서는 데다 기술특례·이익미실현 특례상장기업의 상장관리 특례를 밸류업 공시와 연동하기로 하면서다. 자율 참여에 머물렀던 코스닥 밸류업 공시가 승강제와 상장특례를 축으로 확산 국면에 들어설지 주목된다.
한국거래소가 지난 18일 기준으로 집계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 본공시 기업은 총 735개사다. 코스피가 343개사, 코스닥이 392개사로 기업 수만 놓고 보면 코스닥이 코스피를 앞선다. 예고공시까지 포함한 전체 공시 기업은 739개사로 전체 상장회사 2583개사의 28.6% 수준이다. 코스피는 347개사가 공시에 참여해 상장회사 대비 41.5%를 기록한 반면 코스닥은 392개사로 22.4%에 그쳤다.
시가총액 기준 격차는 더 뚜렷하다. 본공시 기업의 시가총액 합계는 코스피가 6591조원으로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88.9%를 차지했다. 반면 코스닥 본공시 기업의 시가총액은 174조8000억원으로 코스닥 전체의 31.1%에 머물렀다. 코스닥이 공시 기업 수에서는 코스피보다 많지만 시장 대표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코스피와 큰 차이가 있다는 의미다.
코스닥 밸류업 공시가 충분히 확산되지 못한 배경에는 시장 구조의 차이가 있다. 코스닥에는 연구개발과 사업화 단계에 있는 성장기업이 많다. 이들 기업에는 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 같은 전통적 주주환원 중심의 공시 체계만으로 참여 유인을 만들기 어렵다. 공시와 투자자 관계(IR) 업무를 전담할 인력이 부족한 중소형 상장사가 많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거래소가 다음 달 내놓을 개정 가이드라인은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단순한 주주환원 목표보다 기업의 성장 전략과 이행 경로를 시장에 설명하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질 가능성이 크다. 기술개발 로드맵, 사업화 일정, 매출 발생 경로, 자금 조달 계획, 투자자 소통 방안 등이 주요 항목으로 거론된다. 코스닥 기업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채 코스피 중심의 공시 틀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성장기업의 기업가치를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승강제와의 연결고리도 만들어진다.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시장을 프리미엄·스탠다드·관리군으로 나누는 세그먼트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가장 많은 기업이 속하게 될 스탠다드는 코스닥의 표준기업군으로 두고 성장성과 시장 신뢰를 입증한 기업이 프리미엄으로 올라가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와 이행 실적은 승급 평가의 주요 참고 요소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기업이 성장 목표와 단계별 이행 계획을 공시하고 이를 실제 성과로 연결하는 과정은 시장평가를 높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며 “이는 스탠다드 기업이 승격하는 데도 자연스럽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례상장기업에는 더 직접적인 변화가 적용된다. 7월부터 기술특례·이익미실현 특례상장기업의 상장관리 특례가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와 연동된다. 지금까지는 특례상장 지위만으로 일정 기간 매출액 요건과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 요건 적용을 유예받았지만 앞으로는 매년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해야 같은 특례를 유지할 수 있다. 현재 기술특례상장기업은 매출액 요건 적용을 5년,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 요건 적용을 3년간 유예받는다. 이익미실현 특례상장기업은 두 요건 모두 5년간 유예받는다.
이는 밸류업 공시가 단순한 선택 사항에서 제도상 혜택을 유지하기 위한 조건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지난 18일 기준 고배당기업 637개사 가운데 628개사가 기업가치 제고 계획 본공시를 이행했다. 이행률은 98.59%에 달한다. 고배당기업 중 신규 공시 기업은 538개사, 기존 공시 기업은 90개사로 집계됐다. 세제 혜택과 공시가 맞물리자 참여 속도가 빠르게 높아진 셈이다.
연도별 흐름에서도 변화는 분명하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 최초공시 기준 공시 기업은 2024년 92개사, 2025년 78개사에 그쳤지만 2026년에는 565개사로 급증했다. 이 가운데 고배당 신규 공시 기업이 538개사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제도적 유인이 부여될 경우 공시 참여가 단기간에 확대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례상장기업도 상장관리 특례가 공시와 결합되면 유사한 참여 확대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변화를 코스닥 밸류업 공시 확산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자율 참여만으로는 성장기업과 중소형 상장사의 참여를 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었지만 승강제 평가와 상장관리 특례가 함께 걸리면 공시를 미루는 기업의 기회비용이 커진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통해 성장 목표를 제시하고 이행 상황을 검증받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사이의 평가 격차도 코스닥 시장구조 개편 과정에서 더 뚜렷해질 전망이다.
결국 코스닥 밸류업 공시 개편의 핵심은 주주환원 확대에만 있지 않다. 성장기업이 기술력과 사업화 계획, 자금 조달 전략, 투자자 소통 방식을 정기적으로 설명하고 이를 실제 성과로 연결하는 통로를 만드는 데 있다. 거래소가 추진하는 승강제와 특례상장 제도 개편이 맞물릴 경우 코스닥 밸류업 공시는 시장 신뢰를 높이는 평가 기준이자 프리미엄 세그먼트로 올라가기 위한 사실상의 승급 사다리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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