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기차 화재 잡는 '광케이블 두뇌' 전쟁…中 추격 나선 한국

3 weeks ago 11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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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깔린 광섬유 케이블을 활용해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를 실시간 감시하는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광케이블을 온도·진동 센서처럼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핵심 장비인 ‘인터로게이터’가 부상하면서다. 그동안 미국·독일 등 일부 선진국 기업들이 주도해온 시장에 지난해 중국 업체들까지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시장 판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8일 정부와 학계에 따르면 서울대학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고성능 인터로게이터 연구개발 국책과제를 수행하기로 했다. 조용채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현재 기관 연구단을 중심으로 고성능 인터로게이터 기술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향후 성능을 더욱 끌어올려 한국전력공사와 함께 현장 실증 연구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터로게이터는 광케이블에 빛 신호를 보내 케이블의 상태 변화를 읽어내는 장비다. 온도나 진동 변화가 발생하면 광신호가 달라지는데, 이를 분석해 이상 여부를 파악하는 방식이다. 광케이블의 '두뇌'라고 보면 된다.

한국은 1980년대부터 전국에 대규모 광케이블망을 구축해왔다. 이 가운데 일부는 현재 통신에 사용되지 않는 ‘유휴 광케이블’ 상태다. 여기에 인터로게이터를 연결하면 별도 센서를 설치하지 않아도 광케이블 자체가 온도·진동을 감지하는 센서 역할을 하게 된다.

고성능 인터로게이터는 미국(루나이노베이션스), 독일(에이피센싱), 영국(옵타센스·실릭사), 호주(테라15) 등 일부 해외 기업만 보유한 전략 기술이다. 기술 유출을 우려해 장비를 판매하지 않고 임대 방식으로 공급할 정도로 보안성이 높은 분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난해 글로벌 시장 판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중국이 고성능 인터로게이터 국산화에 성공하면서다. 중국 업체들은 자국산 장비를 앞세워 내수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현재 화웨이, ZTT, 우시 중항천성 등 현지 기업이 중국 시장의 과반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중국산 저가·고성능 인터로게이터가 해외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서기 전에 국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온 이유다.

국내에서는 한전이 과거 일부 변전소에서 외국산 인터로게이터를 시범 운영한 바 있다. 송전선로와 함께 설치되는 광케이블을 계통 제어 및 통신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한 목적이다.

인터로게이터는 특히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대응 기술로 주목받는다. 충전기마다 개별 센서를 다는 대신, 천장 등에 광케이블을 설치하고 인터로게이터를 연동하면 수㎞ 구간의 공간 온도 변화가 실시간으로 감지된다. 특정 구역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면 화재 전조로 판단해 조기 대응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원자력발전소 등 국가 핵심 시설에도 활용될 수 있다. 발전소 내부 벽면 등에 광케이블을 설치한 뒤 인터로게이터로 광신호 변화를 분석하면 방사선량 변화나 시설의 균열 여부 등을 감지할 수 있다. 해상풍력 분야에서는 인터로게이터를 해저 송전케이블에 연결해 케이블 손상이나 선박 충돌, 지진·조류 변화 등을 실시간 감시하는 기술 개발이 활발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미 구축된 광케이블 인프라를 활용해 화재·시설 이상을 감지하는 차세대 모니터링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핵심 장비를 해외에 의존할 경우 산업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며 “고도화를 통한 기술 주권 확보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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