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 1200만 역대급 인기에도
‘장애인석 1%’ 구장은 2곳뿐
7개 구단은 전석 온라인 판매
“직관 열기 느끼기는 불가능”
SSG 랜더스 열성팬인 이상현 씨(46)는 올해 프로야구 직관(직접 관람) 열기가 여느 때보다 뜨겁다는 소식에 마음이 아프다. 11년 전 시각장애 판정을 받은 이후 야구장을 직접 찾는 건 고사하고 온라인 예매조차 엄두를 내기 어려워서다. 이씨는 “일반석은 좌석 간격이 좁고 경사가 가팔라 위험하다. 장애인석은 좌석이 적은 데다 예매 방법도 까다롭다”고 말했다.
국내 프로야구가 사상 최고 인기를 누리며 1200만 관중을 돌파했지만 장애인 팬을 위한 자리는 여전히 비좁다.
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KBO 등에서 ‘KBO 리그 경기장 장애인석 운영 현황’을 받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총 9곳의 프로야구단 홈구장 가운데 보건복지부 시행령 “좌석이 2000석 이상인 관람장은 전체 좌석의 1% 이상 또는 20석 이상을 장애인석으로 설치해야 한다”를 준수하는 곳은 한화이글스와 NC다이노스 홈구장 2곳에 불과했다.
일부 경기장은 장애인석 확보 의무에서 벗어나기도 했다. 지방자치단체에 의해 건축물 용도가 ‘관람장’이 아닌 ‘운동시설’ 등으로 분류된 경기장은 장애인석 확보 의무가 없어 이를 지키지 않아도 별다른 법적 제재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부산 사직야구장은 건축물 용도가 ‘야구장’으로, 인천 SSG 랜더스필드는 ‘운동장’으로 분류돼 있다. 이에 2만3079석의 사직야구장과 2만3000석의 랜더스필드가 설치한 장애인석은 각각 28석(0.12%), 14석(0.06%)에 불과하다.
대다수 구단이 좌석을 온라인으로만 예매할 수 있도록 한 점도 장애인 팬들에게 불편한 요소다. KBO 리그 10개 구단 중 장애인과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해 현장 판매석을 마련한 구단은 KIA 타이거즈, KT 위즈, 롯데 자이언츠 3곳에 그쳤다. 이로 인해 장애인석 예매율은 일반석 예매율 대비 4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7년째 키움 히어로즈를 응원하고 있는 시각장애인 조성기 씨(52)는 “매일 경기 결과를 챙길 만큼 야구를 좋아하지만 직관은 꿈도 못 꾼다”며 “집에서 도보로 15분 거리에 야구장이 있어도 매번 TV 소리로만 응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 의원은 “장애인 팬들이 야구장에 가고 싶어도 환경상 가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예매 어려움은 물론이고 불편을 호소할 창구도 없어 장애인들의 의사가 전달되지 않는다. 프로야구 열기가 장기적으로 이어지려면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