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사들이 디지털자산 관련 사업을 회사 정관에 잇달아 추가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디지털자산기본법 발의를 앞두고 막판 조율에 들어간 가운데 기업 간 시장 선점 경쟁이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한국경제신문이 지난달 열린 상장사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한 결과 디지털자산 관련 사업을 정관에 올린 상장사는 14곳으로 집계됐다. 국내 최대 지역화폐 플랫폼 운영사 코나아이를 비롯해 국내 전자지급결제대행(PG) 1위 업체 KG이니시스, 부가가치통신망(VAN) 사업자 나이스정보통신, 공인인증서 발급 대행 기업 한국전자인증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은 디지털자산 제도화 이후 곧바로 사업화할 수 있는 영역을 정관에 선제 반영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가능성이 커지자 결제·정산 인프라를 선점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세계 디지털자산 시장이 3500조원(코인마켓캡 집계) 규모로 커지면서 관련 산업에 뛰어드는 국내 금융회사도 늘고 있다. 지난 2월 미래에셋그룹은 국내 4위 암호화폐거래소 코빗의 최대주주로 올라섰고, 한국투자증권은 가상자산거래소 코인원 지분 인수를 검토 중이다. 삼성증권도 지난달 디지털자산 등 신규 사업에 진출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은행권 역시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스테이블코인과 토큰증권발행(STO)을 중심으로 비즈니스 기회를 늘리려는 기업들이 빠르게 생태계에 뛰어들고 있다”며 “국내 기업이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나서는 상황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2030년 9000조 시장 열려
국내 상장사들이 잇달아 디지털자산 사업을 정관에 추가하는 것은 제도화가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선제적으로 사업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기술 시장에서 업력을 쌓은 기업은 디지털자산 사업과의 접점이 크다고 평가한다. 2030년까지 9000조원 규모로 확대될 이 시장을 선점하려는 기업 간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차세대 시장 뛰어든 기업들
5일 코나아이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달 19일 정기주주총회를 열어 디지털자산의 발행·보관 및 중개업과 토큰증권발행(STO)·유통 및 중개업을 사업 목적으로 추가했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이 통과되면 본격적인 사업화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조정일 코나아이 회장은 “장기적으로 현물 자산을 디지털로 바꿔 거래를 편리하게 한다는 차원에서 시장이 더 활성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핀테크 플랫폼 기업인 코나아이는 그동안 전개해온 지역화폐 사업이 스테이블코인과 시너지가 크다고 보고 있다. 지역화폐를 스테이블코인으로 발행해 지방채 투자를 조달하고, 지역 개발 사업을 STO로 토큰화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코나카드와 경기 지역화폐로 잘 알려진 이 회사는 지난해 말 기준 누적 이용자가 1500만 명이고, 70조원의 결제를 처리할 정도로 성장했다.
국내 대표 부가가치통신망(VAN) 업체인 나이스정보통신도 지난달 24일 정기주총에서 사업 목적에 디지털자산 보관·관리 및 이전 서비스업, 디지털자산을 활용한 지급결제, 송금 및 정산 서비스업을 추가했다. 법정통화와 디지털자산 간 교환 및 정산은 물론 관련 플랫폼, 시스템, 인프라 개발, 제공도 함께 포함했다.
나이스정보통신은 스테이블코인과 같은 새로운 결제 수단을 기존 결제망에 접목할 방안을 고심 중이다. 나이스정보통신의 국내 가맹점은 60만여 개에 달하고, 해외 결제에서도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등 중국·동남아시아 외국인 대상 간편결제 중계 서비스인 ‘페이프로’를 운영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이 실물 결제 수단으로 활용되는 단계에서는 촘촘히 짜인 지급결제 연계망이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KG이니시스도 마찬가지다. KG이니시스는 지난달 26일 주총을 통해 디지털자산의 매매·교환·이전 및 중개 서비스업과 디지털자산 보관·관리 서비스업을 정관에 새로 넣었다. 한국전자인증 역시 가상자산 및 디지털자산 관련 기술 개발업을 지난달 31일 주총에서 추가했다.
◇정관 속도전에 규제 향방 주목
디지털자산의 자산성에 주목해 금융 인프라보다 중개와 투자에 집중하는 기업도 많다. 디지털자산과 직접적인 접점이 없더라도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매출 증가를 위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대표적인 회사가 동물용 의약품을 개발하는 애드바이오텍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가상자산 매매 및 거래 중개는 물론 이체 및 시세 정보 제공, 신탁, 예금 관리업으로 사업 범위를 넓혔다. 스마트 카드 업체인 엑스큐어도 사업 목적 다각화를 이유로 같은 달 임시주총을 열어 가상자산 생태계 조성과 투자업을 추가했다. 건축 엔지니어링 업체 앱튼도 디지털자산 생태계 조성 사업에 뛰어들었다.
기업들이 디지털자산을 정관에 반영하는 데 속도를 내는 이유는 급성장하는 디지털자산이 국내 제도로 편입될 때 사업 추진의 걸림돌을 줄이기 위해서다. 정관에 사업 목적이 명시돼 있어야 인허가가 수월하고 의사결정도 빠르게 내릴 수 있다. 씨티은행은 토큰화된 자산과 전자 무역금융을 포함해 세계 디지털자산 시장이 2030년 최대 6조달러(약 90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관건은 디지털자산기본법 시행 시점이다. 이 법은 2024년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의 후속 입법으로 논의 중이지만 국회와 당국 간 논의가 지연돼 내년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PG업계 관계자는 “규제 명문화를 대비해 정관 정비를 미리 마친다는 의미가 크다”고 했다.
박시온/김수현 기자 ushire90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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