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정책금융 상품 취급 제한
주거래은행·급여통장 이유로 거부하다
HUG “상담기피·부당거절 말라”경고에
아예 ‘ 2024 기금대출 마감’ 안내장 배포
KB국민銀 “본점지시 아냐…재밟방지하겠다”
KB국민은행이 지난달 주택도시기금으로 내어주는 각종 정책대출에 대해 ‘올해 한도가 소진됐다’는 내용의 안내장을 아예 만들어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이 기금을 관리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KB국민은행을 비롯한 은행들에게 주거래은행이 아니라는 이유 등으로 정책대출 취급을 거절하거나 상담을 기피하지 말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는데, 이를 회피하기 위해 정책기금 한도가 소진됐다고 고지한 것이다.
다만 KB국민은행 측은 본점 차원에서 취한 조치가 아니며, 해당 사안에 대한 언론취재가 시작된 후 오히려 상품 취급 자체를 거절하거나 상담을 기피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는 ‘유의 문서’도 내보내고 있다고 해명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주택도시기금을 재원으로 하는 디딤돌·버팀목대출과 신생아특례 대출 등 취급을 꺼리고 있다. 정책자금대출은 은행들의 가계대출 관리목표와 별개로 돌아가지만, 일선 은행원들 입장에선 취급이 까다로운 데다가 KPI(핵심성과지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이 대출을 취급할 유인이 없는 상황이다. 심지어 한 은행은 디딤돌과 버팀목 대출 취급 영업점의 KPI를 사실상 감점하려고 했다가 논란이 불거지자 철회하기도 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0월 국토부의 디딤돌대출 한도 축소 및 취급 제한 등 조치가 나왔을 때 다른 시중은행과 달리 1주일간의 말미를 두지 않고 곧바로 해당 대출을 막았다가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이 문제를 들고 나오자 철회한 적이 있다.
KB국민은행은 10월 디딤돌 대출 문제로 한바탕 홍역을 겪었지만, 서민대출인 정책금융 취급을 꺼리는 현상은 결국 여전한 상황이다. 10~11월엔 주거래은행 변경, 신용·체크카드 개설 등 조건을 붙여 그나마 해주던 것도 이달 들어선 ‘한도 소진’이라며 막은 지점이 꽤 된다.
KB국민은행의 경기도 한 금융센터가 배포한 ‘2024 기금대출 마감’ 안내장에는 버팀목전세, 내집마련디딤돌, 신생아특례 대출 한도가 소진됐다고 적시했다. 특히 이 안내문은 “신규상담은 2025년부터 가능하다”면서 “2025년이 잔금일이어도 2024년도 신청이 불가하다”고 밝혔다. 상담 자체를 받지 않겠다는 것이라 소비자 불만은 상당하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디딤돌 대출 등 정책금융상품 차주 상당수는 금융 소외게층이나 사회적 약자에 해당되는만큼, 해당 센터의 안내장은 부적절했다”면서 “본점 차원에서 자제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