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연기관 차를 팔거나 폐차한 뒤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기존 보조금 외에 추가로 최대 200만원의 전환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올해 추가경정예산 편성 과정에서 5000억원의 전기·수소차 관련 예산이 삭감돼 줄어드는 보조금 체감 효과를 상쇄하기 위한 차원이다.
3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소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내연차 전환지원금 신설’을 포함해 추경심사안을 의결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하면 이대로 안이 확정된다.
전기차 보조금 축소 우려에…'내연차 전환 지원금'으로 상쇄
정부가 ‘내연차 전환 지원금’을 신설키로 한 것은 전기차 보조금 예산 삭감에 대한 우려를 고려한 차원으로 분석된다. 앞서 환경부는 이번 추경에서 전기차·수소차 등 무공해차 보급 예산을 4672억5000만원 감액했다.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면서 보조금 신청이 줄어들고, 예산 집행률이 낮아졌다는 이유다. 구체적으로는 △전기 승용차 3.7만대분(1110억원) △수소 승용차 3700대분(832.5억원) △전기 화물차 2.73만대분(2730억원) △급속충전기 840기(630억원) 등이다. 감액안이 통과되면 전기·수소차 보조금 단가가 내려가고, 이에 따라 전기차 보급 목표치도 기존 보다 낮아지게 된다.
그러나 이같은 정책이 소비자들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보조금 규모가 줄어들면 기존 내연 차량을 전기차로 교체하려는 유인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기존에 지급되던 보조금에 더해 전환지원금을 추가로 지급해 소비자가 체감하던 지원수준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의 ‘이구환신(以舊換新·낡은 제품을 새것으로 교체 지원)’ 정책 처럼 노후 내연기관체를 전기차로 교체하도록 유도해 환경 보호 등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정부 안팎에선 전환 지원금 제도가 정책 방향 전환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기존에는 전기차를 새로 구매하면 무조건 보조금을 줬지만, 전환지원금의 경우 보유한 내연차를 교체 또는 폐차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기 때문이다. 기존에 타던 내연차를 그대로 보유하고 전기차를 새로 구매한 경우에는 보조금이 깎인다. 이때문에 보전해주는 금액은 유사하게 유지하면서 전기차로 갈아타려는 수요를 더 늘릴 수 있다는 게 정부 측 기대다. 다만 지자체별 예산·배터리 기준 등에 따라 지원금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내연차 전환 지원금’이 신설되면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존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많은 혜택을 받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부가 추산하는 전환 지원 규모는 약 14만6000대로, 1대당 200만원씩 지급될 경우 2927억원의 추가 예산이 소요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내연차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을 지원하는 제도는 온실가스 감축에 의미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2030년 NDC(온실가스감축목표) 수송부문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무공해차 보급과 인프라 구축도 계획대로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2030 NDC 수송부문 목표치 달성을 위해서는 매년 전기차가 58만대 보급돼야 한다.
이슬기/정소람/김형규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