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의 고소·고발 등으로부터 일반인과 언론을 구제하는 기구인 ‘국민 사이렌(가칭)’을 신설한다. ‘허위사실 유포’ 등을 이유로 민주당의 사법적·준사법적 조치를 받은 이들을 대상으로 법률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민주당 허위 조작 정보 신고 기구인 ‘민주파출소’에 사실상 맞불을 놓은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이르면 내주 이 같은 목적의 당 차원 기구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국민의힘 미디어특위 관계자는 “민주당이 일반인과 언론인을 대상으로 사실상 ‘입틀막’(입 틀어막기)을 하고 있다”며 “국민의힘 차원에서 고소와 고발을 당한 이들이 법률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국민 사이렌’ 조직을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민주당의 고소·고발을 당하거나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된 일반인, 언론인의 제보를 받아 피해자 구제에 나설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과 시민단체가 연계해 법률 지원에 나서는 방안이 거론된다. 국민 사이렌은 국민의힘 미디어특위 산하에 신설되며 당 미디어법률단이 뒷받침할 예정이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1월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와 당과 관련한 ‘가짜 뉴스’에 대응하겠다며 민주파출소를 운영하기로 했다. 민주당에 따르면 현재까지 민주파출소에 ‘허위 조작 정보’로 접수된 신고 건수는 약 10만3000건이다. 이 중 일부 언론보도와 특정인 발언 등을 대상으로 허위 사실 공표 및 명예 훼손으로 고소·고발 또는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등 조처를 이어 왔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카톡 검열’ ‘입틀막’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이 “카카오톡으로 내란 선동 관련 가짜뉴스를 퍼트리면 내란 선동죄로 고발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한 게 계기가 됐다.
○민주당, 언중위 누적 제소 215건…절반은 기각·취하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언론중재위원회에 215건을 제소했지만, 이 중 115건(약 53.5%)이 기각·취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은 187건을 제소해 38건(약 20.3%)이 기각·취하됐다. 기각·취하 건수를 놓고 볼 때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비해 3배가량 많았던 셈이다.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민주당은 작년 6월부터 올 1월까지 언론중재위원회에 총 215건을 제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민주당과 당 소속 현역 의원들의 제소 건수 중 약 53.5%가량은 기각되거나 취하됐다. 전체 제소 내용 중 약 45건이 이 전 대표와 관련한 언론보도에 집중됐다.
민주당은 지난 10일 한 매체가 “민주당이 대선 경선룰을 결정하는 과정에 ‘진통’이 있었다”는 취지로 보도하자 “당내 갈등이 있었던 것처럼 독자에게 잘못된 인상을 줄 수 있다”며 언론중재위원회 제소를 결정하기도 했다.
같은 기간 국민의힘은 187건을 제소해 38건(약 20.3%)이 기각·취하됐다. 국민의힘의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건수는 작년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민주당의 언론중재위원회 기각, 취소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은 조금이라도 ‘이재명의 심기’를 거스르면 앞뒤 가라지 않고 제소부터 남발하기 때문”이라며 “결과와 상관 없이 제소로 언론인들이 압박감을 느낀다는 점을 노린 악랄한 수법으로 이재명식 ‘언론 입틀막’의 사례 중 하나”라고 말했다.
언론중재위원회에 따르면 사건 기각은 조정 신청인의 주장이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걸 의미한다. 취하는 ‘신청인이 본인의 의사에 따라 취하서를 제출한 경우’ ‘신청인이 출석요구서를 받고도 2회에 걸쳐 심리에 불출석한 경우’에 이뤄진다.
정상원/안시욱 기자 top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