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공보의 공백에 무의촌 늘어… “아파도 진료 못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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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취약지 전북 장수 가보니
의정갈등에 공보의 37% 급감하자… 지자체, 봉직의 채용 등 공백 메우기
강릉-양양 등은 비대면 진료 확대
공보의 62% “순회진료 부적절”… “주변 민간기관 대체 가능” 65%

16일 전북 장수군 산서보건지소에서 가정의학과 전문의 최용선 씨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장수군은 올 들어 군 공중보건의사가 9명에서 6명으로 줄면서 봉직의 2명을 채용했다. 장수=변영욱 기자 cut@donga.com

16일 전북 장수군 산서보건지소에서 가정의학과 전문의 최용선 씨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장수군은 올 들어 군 공중보건의사가 9명에서 6명으로 줄면서 봉직의 2명을 채용했다. 장수=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내가 아플 때 의사가 있어야 하는데….”

16일 전북 장수군 산서보건지소. 지소를 찾은 80대 주민은 “지금은 안 아픈데 혹시 모르니 감기약과 몇 가지 약을 지어 놓으려고 왔다”고 했다. 지소는 지난달 기준 인구 1917명인 산서면의 유일한 의료기관이다. 그러나 문을 여는 날은 월요일과 목요일, 주 2회뿐이다. 올 들어 장수군 공중보건의사(공보의)가 9명에서 6명으로 줄면서 의사가 더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장수군은 보건지소 5곳을 순회 진료할 봉직의 2명을 급히 채용해 의료 공백을 메우고 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 최용선 씨는 “어르신이 목요일 저녁부터 아프다면 꼬박 4일을 기다려야 의사를 만나니 불안할 만하다”고 했다. 산서보건지소에서 20km 거리의 장수군보건의료원까지는 버스로 약 1시간이 걸려, 거동이 불편한 홀몸노인 등은 내원이 쉽지 않다.

● 올해 공보의 37% 감소… ‘무의촌’ 확산

최근 2년간 이어진 의정 갈등으로 공보의 지원자가 급감하면서 도서·산간 지역의 의료 공백이 심화되고 있다. 이달 의과 공보의 450명이 전역했지만, 20일부터 배치되는 신규 공보의는 98명에 불과하다. 지난달까지 945명이었던 공보의는 이달 20일 593명(62.8%)으로 급감했다. ‘공보의 무의촌’이 확산될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한 것이다. 36개월의 긴 복무기간을 피해 현역으로 입대하는 의대생이 늘면서 2031년까지 연간 공보의 규모는 최대 500명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의사가 부족한 지자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전남 완도군은 공보의 16명을 섬 지역 보건지소 8곳에만 2명씩 배치했다. 완도군 관계자는 “섬은 24시간씩 교대 근무를 해야 해 최소 2명씩 배치해야 한다”며 “육지에도 의료기관 이용이 어려운 곳이 있지만 이들 보건지소 4곳엔 공보의를 한 명도 배치하지 못했다”고 했다.

강원 강릉시는 7개 보건지소 중 주문진통합보건지소를 제외한 6개 보건지소에 공보의가 없다. 강릉시보건소에 근무하는 공보의가 비대면 진료로 나머지 5곳 주민의 만성 질환을 관리하고 있다. 이웃한 양양군도 20일부터 공보의가 5명에서 3명으로 줄어든다. 양양군 관계자는 “공보의 3명이 5개 보건지소를 순회 진료하고, 강릉의료원이 주 1회 비대면 진료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했다. 충남 부여군은 20일부터 공보의 3명이 보건소 및 보건지소 11곳을 담당해야 해 봉직의 2명을 급히 채용했다.

정부는 공보의가 부족한 지역에 간호사 자격을 지닌 보건진료 전담 공무원이 근무하는 ‘보건진료소’를 확대하고, 시니어 의사를 채용해 의료 공백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그러나 현장에선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원 지역 보건소장은 “보건진료소 전환은 ‘무의촌이 된다’는 주민 반발이 크다”며 “시니어 의사를 채용하고 싶어도 의료 취약지에 근무하려는 고령 의사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 공보의 3명 중 2명 “순회 진료 부적절”

공보의 감소 대책 중 하나인 순회 진료에 대해 공보의들은 회의적이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5일까지 공보의 21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48.6%는 순회 진료 형태로 2개 이상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응답자의 62.1%는 ‘순회 진료는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주변에 민간 의료기관이 있다’는 응답이 64.9%로 가장 많았다. 민간 의원이 있는 지역에도 불필요하게 공보의가 배치돼, 정작 필요한 곳에는 공보의가 없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만성적인 공보의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의료 취약지에서 전문의 수련을 받을 수 있도록 의사 양성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건희 평창군의료원장은 “공보의로 3년 복무 시 전문의에 준하는 자격을 주고, 남성뿐 아니라 여성도 공보의로 일할 수 있도록 하면 지역의료 공백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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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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