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美, 韓 민감국가 지정…2차전지·바이오 협력도 차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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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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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SCL)'으로 최종 확정할 경우 2차전지와 바이오 분야에서도 양국 연구 협력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확인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미 에너지부와 △합성생물학 △2차전지 △핵융합 △원자력 등 4가지 핵심기술 분야에서 협력을 이어왔던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우리 정부와 미 에너지부의 구체적인 협력 현황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韓美, 합성생물학·2차전지·핵융합·원자력 협력

1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기부로부터 받은 '한미 과학기술·정보통신 분야 협력 현황 및 계획'에 따르면 미 에너지부와 합성생물학·2차전지·핵융합·원자력 등 4가지 분야에서 공동 연구, 정기 콘퍼런스 및 글로벌 포럼 개최 등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합성생물학의 경우 양국의 공공 바이오파운드리 구축 및 운영이 핵심이다. 바이오파운드리는 유기체를 재설계하는 합성생물학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을 활용해 생물 시스템을 설계하고 제작하는 시스템이다. 한미 당국은 올해 하반기 미국 일리노이에서 한미 콘퍼런스를 열 계획이다. 차세대 2차전지의 경우 과기부 산하 정부 출연연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미 에너지부 산하 아르곤 국립연구소가 작년 5월부터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핵융합 분야에선 양국은 대한민국이 독자개발에 성공한 한국형 핵융합 연구로인 'K-STAR'를 활용해 공동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원자력의 경우 공동연구를 이어오면서 협력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양국은 작년 8월 제10차 원자력 글로벌 포럼을 개최했다. 다만 아직 제11차 포럼 개최 일자는 협의하지 못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과기부와 미 에너지부는 산하 출연연 간 공동연구를 통해 공고한 협력 관계를 이어왔다. 과기부에 따르면 KIST는 미 에너지부 산하 로런스리버모어연구소와 공동으로 수소와 양자 분야에서, 아르곤연구소와는 차세대 2차전지 분야에서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로런스버클리연구소와 합성생물학을 기반으로 바이오제조 기술 및 공정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은 제너럴 오토믹스,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UCSD), 프린스턴플라즈마물리연구소(PPPL) 등과 K-STAR 실험과 플라즈마 제어시스템 성능 향상 등에서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미국 R&D 예산 대폭 늘려"범부처 역량 모아 명단 해제 노력"

문제는 이번 사태가 과기부가 미국과의 R&D를 위해 예산 투입 비용을 매년 크게 늘려오고 있던 상황에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만약 SCL 명단에 한국이 포함된 채로 다음 달 15일 발효된다면 양국의 협력 규모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 의원이 과기부로부터 받은 '연도별 과기부 글로벌 R&D 사업 현황'에 따르면 미국과의 R&D를 위해 투입한 예산은 △2022년 525억7000만원 △2023년 684억7200만원 △2024년 2880억2400만원 △2025년 3006억3800만원(추산치)다.

다만 외교부는 한국이 SCL에 포함된 것은 핵무장론을 비롯해 정부의 외교 정책상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에 대한 보안 관련 문제라고 설명하고 있다.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 등과 공동 연구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지켜야 할 보안 규정을 어긴 사례가 적발돼 명단에 포함됐다는 것이다.

에너지부 감사관실(OIG)이 지난해 미국 의회에 제출한 반기 보고서를 보면 에너지부 산하 아이다호 국립연구소(INL)의 한 도급업체 직원이 수출 통제 정보를 소지한 채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다가 적발돼 해고 조치됐다. 외교가에서는 정부 정책 문제가 아닌 만큼 향후 한·미 공동연구 등 기술 협력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과기부도 미 에너지부의 SCL 지정과 무관하게 기존대로 공동연구 등 협력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과기부 관계자는 "미 에너지부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지금까지의 협력에 영향이 없었고 앞으로도 협력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출연연이 국립연구소들과 하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양국이 핵심 과학기술 분야에서 협력을 이어오고 있는 만큼 정부가 SCL 명단 해제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의원은 "이번 민감국가 지정 사태는 세계적인 과학자들과의 협력에 지장을 초래하고 핵심 첨단 과학기술 발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대형 참사"라며 "냉혹한 국제질서를 모른 채 외교 무능으로 우리 국익을 잃어가는 정부는 반성해야 한다. 시급히 범부처 역량을 모아 수습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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