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1차례 행사 가능한 ‘재수사’ 요청
담당 경찰은 재차 혐의없음으로 종결
검사가 직접 수사한뒤 기소, 유죄 끌어내
“검 수사권 폐지땐 전건송치가 최후 보루”
서울의 한 유흥주점에서 근무하는 20대 종업원 A씨는 2년 전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손님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손님이 A씨에게 가까이 다가가 유리로 된 양주잔을 얼굴로 집어 던진 것이다. 이마 부분을 크게 다친 A씨는 곧바로 경찰 신고를 했지만 가해자는 사건이 발생한 지 1년7개월이 지나서야 1심 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자칫 없던 일이 될 뻔했다. 초동 수사를 한 경찰이 두 차례나 불송치 즉, 혐의가 없다고 판단해 사건을 끝내려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가해자는 어떻게 재판에 넘겨져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었을까.
‘1회 한정’ 재수사 요청에 가로막힌 검찰…결국 사건 직접 가져와
통상 불송치 사건의 오류가 검찰에서 바로잡히기는 쉽지 않다. 검찰에 불송치 기록을 보내기는 하지만,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이 있는 탓에 사실상 검사 책임으로부턴 벗어난 사안이 되기 때문이다. 또 검사가 불송치 기록만으로는 경찰 수사의 미진한 점을 곧바로 찾아내기는 한계가 있을뿐더러 1회에 국한된 ‘재수사요청’ 역시 강제되지 않아 이런 보완 장치 역시 실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검사 책임하에 종결해야 하는 ‘송치 사건’이 몇백건씩 쌓인 상태에서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불송치 사건’을 면밀히 검토할 수 없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당시 이 사건 담당 검사도 수백건의 연말 미제 사건 속에서 불송치로 끝난 A씨 사건 기록을 발견했다. 이 기록에는 담당 검사가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의문점들이 있었다. 피해자의 진술은 일관되게 유지됐고 거짓말 탐지기 결과 역시 ‘진실’로 나왔지만, 가해자의 진술은 지속돼서 바뀌면서 ‘판단 불능’으로 나온 것이다. 심지어 가해자 역시 물건을 던진 사실을 인정하고 있음에도 목격자와 CCTV 녹화 영상 등이 없다는 이유로 경찰은 불송치 판단을 했다.
이에 검사는 불송치 사건에 한해 단 1차례만 행사할 수 있는 재수사 요청을 내렸다. 밀실(룸) 형태의 유흥주점에서 벌어진 범죄에 대해 CCTV 녹화 영상과 목격자 진술이 없다는 이유로 혐의가 없다고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범행 현장에 있던 이들을 최대한 특정해 소환 조사를 한 뒤 진술의 신빙성을 다시 따져보라는 요구였다.
그럼에도 경찰은 “당시 동석했던 이들과 연락이 닿지 않고, 가해자가 유리잔을 피해자에게 튀지 않게 던졌다고 진술했다”는 이유로 이 사건을 재차 혐의없음으로 종결했고, 담당 검사는 경찰이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위반했다고 판단해 ‘송치 요구’를 했다. 검사가 사건을 직접 수사기소해 가해자는 형사처벌을 받게 됐다.
검찰 출신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이처럼 검찰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불송치 사건을 재수사 요청하고 이마저 이행되지 않아 송치 요구해 직접 수사까지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면서 “송치 사건이 이미 터져나가는 검찰 일선에서 이런 방식으로 피해 구제를 하라는 것은 (형사사법) 제도가 아닌 오로지 극소수 검사들의 사명감에 의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법조계 “檢수사권 폐지 시 ‘전건송치’가 최후 보루”
이처럼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을 부여해 무혐의 처분 사건을 불송치로 종결하는 현행 ‘선별 송치’ 제도는 문재인 정부 시절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만들어진 구조다. 실제로 경찰의 불송치 사건은 검경 수사권 조정 첫해인 2021년 약 38만 건에서 2024년 54만 건을 넘어 3년 새 41% 급증했다. 반면 검사가 송부받은 기록을 토대로 재수사를 요청한 비율은 2024년 기준 2.61%에 불과하다.
6년 차 형사부 검사는 “현행 제도 하에 일선 검사들이 재수사 요청을 내릴 책임이나 의무는 없는 상황”이라면서 “(재수사 요청은) 우연히 봤는데 너무 별로인 경우, 중요 사건으로 알려졌는데 경찰서 불송치로 종결해 검토하는 경우, 갑자기 여유가 생겨 경우 불송치 사건을 이를 잡듯이 뒤져본 경우가 아니면 미제사건이 몇백건씩 쌓인 검사들이 ‘내 사건’도 아닌 것을 살피는 일은 없다”고 전했다.
문제는 오는 10월 검찰 수사권이 완전 폐지되면, 앞선 A씨 사례처럼 검사가 직접 오류를 바로잡을 길마저 사라진다는 것이다. 경찰에 수사권이 집중되지만, 이를 견제할 장치는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이럴 경우 범죄 피해자 입장에서 타격은 더 크다. 고소인의 경우 경찰이 불송치 사건에 직접 이의신청을 하려면 변호사 선임이 필수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약자일수록 이의신청의 문턱은 높고, 고소인이 없는 사건은 ‘사명감 있는’ 검사 눈에 운 좋게 발견되지 않은 경우 암장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이에 법조계 안팎에서는 ‘전건송치’를 통해 수사 통제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예원 장애인 인권법센터 변호사는 “형사사건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1차 수사기관이 ‘이 사건은 여기서 끝’이라고 판단하는 때”라면서 “전건송치는 이 위험을 줄이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이자, 1차 수사기관이 처리한 모든 사건을 기소권자가 한 번 더 보고, 수사가 적법했는지, 사실관계가 충분한지, 기소·불기소 판단이 타당한지 다시 점검하는 절차”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특히 아동, 장애인, 노인, 가난한 피해자처럼 스스로 억울함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전건송치는 더 중요하다”면서 “이들은 불송치 이유를 분석하고, 추가 증거를 정리하고, 다시 이의를 제기하는 과정 자체가 너무 무겁다”고 밝혔다. 이어 “전건송치는 이런 부담을 개인이 아니라 국가가 지는 방식”이라면서 “피해자가 특별히 움직이지 않아도 국가가 한 번 더 사건을 살피는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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