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국제사회 공론화 실패
이사회 화상 참석
17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안건으로 상정된 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은 최근 비공개로 열린 ICAO 이사회 논의를 거쳐 기각됐다. 이는 더 이상 ICAO에서 해당 안건을 논의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특히 이사회는 민간 항공 안전이나 분쟁 등을 다루는 기구 성격상 해당 안건을 다루기 적절하지 않다고 본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초 북한은 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이 한국 소행이라며 이에 대한 ICAO 차원의 대응을 요청했다. 지난해 10월 북한은 한국이 무인기를 보내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고 주장하며 무인기 사진과 대북 전단은 물론 무인기 항적까지 공개하며 논란을 키웠다. 정부는 이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
국제민간항공협약(시카고협약)에 따라 설립된 ICAO는 남북을 모두 회원국으로 두고 있다. ICAO 이사회는 조약을 맺은 국가가 제기한 문제에 대해 논의 절차를 밟아야 하는 규정에 따라 최근 이사회를 개최한 것으로 알려졌다.당초 국제기구를 통해 이 사건을 공론화시키려고 한 북한이 총공세를 펼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으나 정작 북한 측 대표는 이사회에 직접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북한이 ‘조종자 없이 비행할 수 있는 항공기는 체약국의 특별한 허가 없이 체약국의 영역을 비행해선 안 된다’는 시카고협약 8조를 위반했다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봤다.
정부는 이사회를 앞두고 북한이 주장하는 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에 명확한 근거가 없다는 점과 그동안 북한이 국제규범을 위반하고 민간항공 안전에 위협을 가한 사례 등을 모아 대응 논리를 준비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2월 “정부는 북한이 명확한 근거 제시 없이 ICAO를 정치화하는 데 반대한다”며 “북한은 국제 규범을 위반한 채 우리와 국제사회 민간 항공 안전에 심대한 위협을 자행하는 위성항법장치(GPS) 교란부터 중단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낸 바 있다.
앞서 지난해 6월 ICAO 이사회는 정부가 문제제기한 북한의 GPS 교란 행위에 대해 우려와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결정문을 채택하고 이를 북한에 통보한 바 있다. 2022년 12월 북한이 우리 영공에 무인기를 침투시켰을 땐 정부가 ICAO에 진상조사를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국제법적·외교적 측면을 종합 고려해 진행하지 않았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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