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가 4년 만에 재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가 조만간 발표할 ‘2026년 경제성장전략’(옛 경제정책방향)에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가 빠진 것으로 4일 확인됐다. 유예가 종료되는 오는 5월 전에 다주택자의 주택 매도를 유도하겠다는 취지지만,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이 토지거래허가제로 묶인 상황에서 양도세 중과까지 부활하면 ‘거래 실종’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경제성장전략은 정부가 한 해 동안 추진할 굵직한 경제정책을 담은 연간 계획표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5월 양도세 중과를 1년간 한시적으로 유예한 뒤 매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이를 1년씩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이런 내용이 삭제돼 유예 조치가 사실상 종료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행 세법상 다주택자는 조정대상지역 내 집을 팔 때 양도세 기본세율(6~45%)을 적용받지만 5월 10일 이후 매각하면 20~30%의 가산세율을 부담해야 한다. 지방소득세까지 고려하면 실효세율은 최고 82.5%로 치솟는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해 10·15 부동산 대책에서 서울 전 지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었다.
여당 핵심 관계자는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는 지난해 연장될 때부터 기한이 5월 9일로 예고된 사안”이라며 “시장도 이를 충분히 알고 있는 만큼 굳이 연장할 필요가 없다는 기류가 강하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5월까지 급매물이 쏟아질 것이라는 전망과 다주택자가 집을 내놓는 대신 증여하거나 ‘버티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예측이 동시에 나온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유예가 종료되는 5월까지 시장 상황을 보면서 천천히 연장 여부를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5월전까지 팔아라' 압박…다주택자 버티기 땐 '거래 절벽' 심화
稅폭탄 피하려 급매 던질까…"거래 급감에 기름 붓는 꼴"
정부가 2022년 5월 이후 4년간 유예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카드를 다시 꺼내 든 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 부동산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잇단 대책에도 집값이 진정되지 않자 다주택자를 겨냥해 “오는 5월까지 집을 내놓으라”는 최후통첩을 날렸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제도 유예 마지막날인 5월 9일 전에 양도세 폭탄을 피하기 위한 급매물이 나올 가능성도 있지만 상당수 다주택자는 버티기 모드에 들어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안 그래도 실종된 주택 거래가 더 말라붙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3주택자, 차익 82%를 세금으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제도는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두 채 이상 보유한 사람이 집을 팔 때 기본세율에 일정 비율의 가산 세율을 추가로 얹어 과세하는 제도다. 양도세 기본세율은 양도소득에 따라 6~45% 수준이지만 중과되면 2주택자는 20%포인트, 3주택자는 30%포인트의 가산 세율이 붙는다. 지방소득세까지 포함하면 3주택자의 최고 세율은 82.5%에 달한다.
장기 보유에 따른 세금 감면 혜택인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받을 수 없게 된다. 예컨대 지난해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으로 규제 지역이 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를 10년 보유한 3주택자가 5월 이후 매도해 10억원의 차익(필요경비 5000만원 적용)을 남길 경우 부담 세액은 약 7억1088만원에 달한다. 유예 기간 내 매도 때(약 3억1043만원)보다 2.3배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과 과천, 하남, 성남 분당구 등 경기 12곳이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제(아파트 한정) 등 삼중 규제로 묶였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재개되면 이들 지역의 다주택자는 5월 10일 양도분부터 중과세 규제를 받게 된다. 박민수 더스마트컴퍼니 대표는 “취득 당시 해당 지역이 비조정지역이었더라도 양도 시점에 조정지역으로 지정돼 있고, 다주택 상태라면 중과가 적용된다”며 “5월 9일 전 보유 매물을 팔고 잔금까지 치러야 양도세 중과를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반토막인데…“거래 실종될 것”
급매물 출회 효과가 정부 기대에 미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만만치 않다. 고강도 거래 규제에 대출까지 막혀 있어 집을 사고파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아서다. 계약이 4개월 남은 상태에서 세입자로부터 구두 등으로 임대차계약 종료 확인을 받은 후에야 토지거래허가 신청을 할 수 있다. 담보인정비율(LTV)이 종전 70%에서 40%로 강화되고 총부채상환비율(DTI)도 40%로 축소돼 대출을 통한 내 집 마련도 쉽지 않다.
서울 행당동 A공인 관계자는 “매수인이 보유한 집이 팔라지 않아 거래가 지연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서울 아파트 거래 신고는 전달(1만1041건)보다 60.2% 급감한 4395건이 그쳤다.
전문가들은 제도가 시행되는 5월 10일 이후가 더 큰 문제라고 우려한다. 다주택자가 매물을 거둬들일 가능성이 커서다.
우병탁 신한은행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매도가 급하지 않은 상당수 다주택자는 장기간 버티기 모드로 들어가거나 증여를 택해 매물이 완전히 잠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상대적으로 가치가 낮은 외곽 지역 주택부터 처분하려는 경향이 강해 강남의 ‘똘똘한 한 채’ 쏠림은 심화될 것”이라고 했다.
절대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당정이 제도 시행을 앞두고 중과세 시행 유예를 전격 결정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직방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1만6412가구로 지난해(3만1856가구)의 절반 수준에 머무를 전망이다.
이광식/이유정/최해련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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