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그이가 성범죄 괴물이었다니… 칸 경쟁작 ‘젠틀 몬스터’의 불편한 질문 [2026 칸영화제]

1 week ago 8
문화 > 영화

다정한 그이가 성범죄 괴물이었다니… 칸 경쟁작 ‘젠틀 몬스터’의 불편한 질문 [2026 칸영화제]

입력 : 2026.05.19 16:16

[2026 칸영화제] 마리 크로이처 ‘젠틀 몬스터’

프랑스 칸영화제는 세계 영화의 가장 뜨거운 현장이자 지금 이 순간 세계인이 열광하는 시네마의 준거점입니다. 제79회 칸영화제 현지에서 칸 황금종려상 후보인 ‘경쟁 부문(In Competition)’ 진출작과 관련한 소식을 밀도 있게 전해 드리겠습니다.

영화 ‘젠틀 몬스터’에서 로렌스 루프가 연기한 필립(왼쪽)과 레아 세두가 연기한 루시. [IMDb]

영화 ‘젠틀 몬스터’에서 로렌스 루프가 연기한 필립(왼쪽)과 레아 세두가 연기한 루시. [IMDb]

남편 필립의 개인용 컴퓨터는 늘 비밀번호로 잠겨 있었다. 루시는 하지만 남편을 믿었다. 그러던 어느 날, 경찰이 들이닥친다. 필립은 저항하지 않고 마치 이런 순간을 예감했다는 체념하는 표정을 짓는다. 알고 보니 남편이 성착취물 사건에 연루된 가해자였던 것. 심지어 그가 다룬 동영상도 ‘아동 성착취물’이었다. 루시의 삶은 일순간에 와해된다. 남편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면서.

올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In Competition)에 진출한 오스트리아 감독 마리 크로이처의 ‘젠틀 몬스터’의 줄거리다. 이 영화는 평범하게 보였던 한 남성의 이중생활을 통해, 가장 사랑하던 사람이 실제로는 ‘괴물’이라는 걸 알게 됐을 때 사람은 어떤 상황에 직면하는가를 묻는 영화다. 가해자의 ‘사건’이 아니라 가해자 주변의 인물이 겪는 정신적인 혼란을 다루는 영화 ‘젠틀 몬스터’를 지난 15일 칸영화제 주행사장인 팔레 드 페스티벌(축제의 궁전) 드뷔시 극장에서 살펴봤다.

칸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 ‘젠틀 몬스터’에서 배우 레아 세두가 연기한 루시. 그는 성공한 피아니스트이지만 남편이 성착취물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정신적인 붕괴를 겪는다. [칸영화제 홈페이지]

칸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 ‘젠틀 몬스터’에서 배우 레아 세두가 연기한 루시. 그는 성공한 피아니스트이지만 남편이 성착취물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정신적인 붕괴를 겪는다. [칸영화제 홈페이지]

아내 루시의 직업은 피아니스트로, 그는 최근에 뮌헨의 시골집으로 이사했다. TV 다큐멘터리 등을 만드는 감독인 그녀의 남편 필립은 정신적인 번아웃의 고통을 호소해 왔고, 삶의 쉼표가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정원이 펼쳐지는 집에서, 두 사람은 새로운 출발을 다짐한다. 두 사람은 아들을 위해 트램펄린을 설치해준다. 아들 앞에선 언제나 살가운 아빠인 필립을, 루시는 늘 애정하며 살아간다.

평온이 무너진 건 경찰이 집을 방문한 시점부터였다. 영장을 들고 루시와 필립의 집을 급습한 경찰은 필립의 개인용 컴퓨터와 태플릿 PC 등을 몽땅 수거해 간다. 수사관은 충격을 받은 루시를 위로해준다. 그런데 그때 남편의 표정이 이상하다. 무죄를 주장하거나 그런 일 자체가 없다며 맞서야 할 남편이 고개를 숙이고 만 것. 루시가 필립이 동행한 경찰서로 가보니, 그곳은 ‘아동 성착취물 수사 부서’였다. 필립은 ‘아동 성착취물 네트워크’에 깊숙이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그것도 친구들과 함께.

영화 ‘젠틀 몬스터’는 필립이 저지른 사건보다도 루시가 겪는 정신적인 혼란에 초점을 맞춘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괴물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나는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가게 되는가, 과연 이전과 같은 삶으로 돌아갈 수 있는가’를 질문하기 때문이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칸영화제 레드카펫에 오른 영화 ‘젠틀 몬스터’의 주연 레아 세두.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5일(현지시간) 칸영화제 레드카펫에 오른 영화 ‘젠틀 몬스터’의 주연 레아 세두. [로이터·연합뉴스]

필립은 눈물을 보이며 루시에게 변명한다. TV 다큐멘터리 신작 제작을 위한 자료 조사였다고 말이다. 루시는 차라리 필립의 말을 믿고 싶어 하지만 믿음이란 의지만으로 가능한 게 아니다.

그런데 영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영화는 이 지점에서 한 개인의 범죄와 일탈을 조명하는 차원을 넘어, 필립의 성착취물 사건을 수사하는 수사관 엘사의 모순까지 조명해낸다.

엘사의 부친은 노쇠한 상태로 간병인을 두고 있었는데, 엘사는 아버지가 간병인에게 저지르는 부정한 짓을 외면해 왔다. 이를 문제 삼는 순간 병든 아버지를 케어해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었다. 엘사는 필립을 수사하지만, 또 다른 ‘불편한 진실’을 모른 척해 왔으니 사회 시스템에서 엘사 역시 무죄일 수만은 없는 것이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칸영화제 레드카펫에 오른 영화 ‘젠틀 몬스터’의 주연 레아 세두(왼쪽)과 로렌스 루프.  [AFP·연합뉴스]

지난 15일(현지시간) 칸영화제 레드카펫에 오른 영화 ‘젠틀 몬스터’의 주연 레아 세두(왼쪽)과 로렌스 루프. [AFP·연합뉴스]

칸영화제 주행사장인 팔레 드 페스티벌(축제의 궁전)에서 바라본 프랑스 칸의 해변 모습. 칸영화제는 매년 5월 중순경 열리며 올해는 23일(현지시간) 폐막을 앞두고 있다. 수상 결과도 이날 발표된다.

칸영화제 주행사장인 팔레 드 페스티벌(축제의 궁전)에서 바라본 프랑스 칸의 해변 모습. 칸영화제는 매년 5월 중순경 열리며 올해는 23일(현지시간) 폐막을 앞두고 있다. 수상 결과도 이날 발표된다.

‘젠틀 몬스터’는 서사만으로도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힘이 있지만, 그보다도 ‘영화에 대한 영화’ 혹은 미디어 비판으로 읽히는 지점이 있다. 타인의 고통을 이미지로 만들어 이를 소비하고 유통시키는 상황, 나아가 그것에 대한 비판이 가해졌을 때 그 행위가 어떻게 합리화되는지를 필립의 모습을 통해 보여주기 때문이다. 필립의 직업이 감독이란 사실은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미디어는 은밀한 소비를 조장하고 착취의 사실을 은폐한다. 영화에 나오는 트램펄린의 의미도 에사롭지 않다. 필립과 루시아 아들이 타는 정원 위의 트램펄린은 사방이 막혀 있다. 필립의 범죄를 은유하는 장치로 보인다.

영화 ‘젠틀 몬스터’는 그러므로 개인과 사회에 암약하는 괴물의 얼굴을 찾아내려 한다. 그러나 그 괴물이 너무 평범한 얼굴이었음이 밝혀졌을 때, 인간이 감당해야 할 무게감을 다룬다. ‘젠틀 몬스터’는 올해 칸영화제 본상 수상 가능성은 현재로선 적어 보이지만 루시 역의 레아 세두 연기에 관객이 동화된다는 점에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

영화 ‘젠틀 몬스터’는 스크린데일리 그리드 평점에서 1.8점을 기록했다. [스크린데일리 홈페이지 캡처]

영화 ‘젠틀 몬스터’는 스크린데일리 그리드 평점에서 1.8점을 기록했다. [스크린데일리 홈페이지 캡처]

영화 ‘젠틀 몬스터’ 티켓.

영화 ‘젠틀 몬스터’ 티켓.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