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마이크 켠 VOA… 對이란 방송 재개

8 hours ago 3

트럼프 “편향” 지원 끊어 방송 중단
뒤늦게 역할 인식, 인력 긴급 복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 3월 “매우 편향적”이라고 주장하며 연방 보조금 지급을 폐지해 대부분의 방송을 중단했던 공영방송 ‘미국의소리(VOA)’가 약 3개월 만에 대(對)이란 방송을 재개했다. 13일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군사시설을 기습 공격하며 갈등이 고조되자, 휴직 중이었던 페르시아어(파르시) 방송 담당 인력을 긴급 복귀시키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요한 국제 이슈가 터질 때마다 미국의 입장을 대변했던 VOA의 필요성을 뒤늦게 인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와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미국의 국제방송 매체를 운영하는 미국 글로벌미디어청(USAGM)은 최근 ‘VOA 파르시’의 정규직 75명 전원에게 “즉시 업무에 복귀하라”는 메일을 보냈다. WP는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75명 중 대부분이 업무에 복귀했으며, 이란에 실시간 위성 방송도 다시 송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13일 이후 VOA 파르시 홈페이지에는 이스라엘·이란 갈등에 대한 기획 방송이 올라오고 있다. 한 VOA 기자는 WP에 “VOA 파르시의 가장 큰 목적은 인터넷 검열이 이뤄지는 이란에 미국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라며 중대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란 방송이 재개되는 것은 중요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3월 15일 ‘연방 정부 축소’의 일환으로 USAGM을 구조조정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1기 행정부 때부터 VOA가 “좌파 편향적”이라고 비판해 왔다. 이에 따라 1300명 이상의 VOA 직원 대부분이 행정 휴직 처리됐다. 4월 연방법원에서 행정명령이 ‘위법’이라며 운영 재개를 명령한 뒤 이란과 아프가니스탄(파슈토어·다리어)·중국(만다린) 방송 인력 일부가 복직했지만 인터넷 기사만 겨우 올리는 수준이었다.

USAGM 안팎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했던 구조조정의 불합리함을 보여주는 조치라는 비판도 나온다. 휴직 중인 익명의 VOA 직원은 폴리티코에 “트럼프 행정부는 해고와 재고용을 반복하느라 수백만 달러의 세금을 낭비했다”며 “그들이 얼마나 멍청한지를 보여준다”고 비꼬았다. 스티븐 허먼 VOA 수석기자는 WP에 환영할 만한 조치라면서도 “적대 행위가 진정되면 몇 주 뒤에 VOA 파르시 직원들은 다시 휴직 상태로 돌아가는 거냐”며 트럼프 행정부의 비일관성을 꼬집었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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