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바 프레젠후버 GEP 대표 인터뷰
유럽서 35년간 갤러리스트로
우고 론디노네·우르스 피셔 등
세계적 작가 발굴해 명성 쌓고
하우저앤워스서 2003년 독립
P21 손잡고 이태원동에 쇼룸
“한국에 덜 알려진 작가 소개
韓작가 영입도 신중히 검토중”
“우리는 지난해 미국 뉴욕지점을 폐쇄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아시아로 옮겨가고, 아시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해외 갤러리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대단하고, 한국은 예술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굉장히 많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서울에 쇼룸(전시공간)을 마련한 스위스 기반 갤러리 에바 프레젠후버(GEP)의 설립자 에바 프레젠후버 대표는 아시아 미술시장의 새로운 중심지로 떠오른 한국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도쿄, 홍콩 등 아시아의 여러 도시를 경험했지만 그 중에서도 서울의 역동적이고 흥미로운 분위기 때문에 서울을 택하게 됐다”며 “GEP는 ‘프리즈(Frieze) 서울’이 시작된 첫 해인 2022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아트페어에 참가했고 모두 성공적이었다. 앞으로도 이런 모멘텀이 지속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프레젠후버 대표는 스위스 작가 우고 론디노네, 우르스 피셔 등 지금의 세계적인 스타 작가를 30년 전 세계 미술시장에 알린 유럽의 저명한 갤러리스트다. 오스트리아 비엔나 응용예술대를 졸업하고 1989년 스위스 취리히의 쿤스트라움 발케투름(옛 갤러리 발케투름) 디렉터로 합류해 1990년대에 당시 20대였던 론디노네와 피셔를 비롯해 아티스트 듀오 피슐리&바이스, 프란츠 웨스트, 피필로티 리스트 등의 개인전을 기획해 선보였다. 1996년에는 스위스 바젤의 아트페어인 ‘아트 바젤’의 대안으로 젊은 갤러리와 작가들을 위한 아트페어 ‘리스테(LISTE) 아트페어 바젤’을 공동 창립하기도 했다.
그가 2003년 설립한 GEP는 세계 최대 갤러리 중 하나인 하우저앤워스와 함께 스위스를 대표하는 주요 갤러리 중 하나다. 하우저앤워스의 전신 격인 ‘하우저앤워스앤프레젠후버(Hauser&Wirth&Presenhuber)’의 공동 설립자였던 프레젠후버 대표가 5년 간의 협업 끝에 독립해 나오면서 개관했다. 현재 스위스 취리히에 2개,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1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앞서 GEP는 2017년 미국 뉴욕에도 지점을 열었지만, 지난 2022년 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Frieze)’가 한국에 상륙한 것을 계기로 아시아 지역에서의 활동을 확대하면서 지난해 문을 닫았다.
서울의 경우 정식 지점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갤러리 P21과의 협업으로 지난 9월부터 이태원동에서 쇼룸 ‘GEP×P21’을 운영하고 있다. 기존에 P21이 있던 자리를 GEP가 쓰고 P21은 100m 떨어진 건물로 이전했다. 프레젠후버 대표는 “서울의 다른 공간에서 세 번의 팝업 전시를 성공적으로 치른 뒤 최수연 P21 대표의 제안으로 소규모 쇼룸을 열게 됐다”며 “쇼룸은 경리단길 중심에 위치해 한국의 주요 미술기관들과 가깝다. 이런 접근성은 한국 미술계와의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고, 한국에서 우리의 입지를 견고히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GEP의 서울 쇼룸에서는 현재 두 번째 전시로 스코틀랜드 출신 설치미술가 마틴 보이스의 개인전 ‘Celestial Snowdrops’가 진행 중이다. 앞서 9월에는 미국 작가 샘 폴스의 개인전을 선보인 바 있다. 프레젠후버 대표는 “서울 전시를 위해서는 주로 유럽과 미국에서 잘 알려져 있지만 아시아에서는 덜 알려진 작가들을 소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이스는 지난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4 아트 바젤 파리’에서 플럭서스상을 수상한 작가다. 올해 처음 제정된 이 상은 기존의 예술 매체를 넘어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펼치는 작가에게 주어진다. 이번 전시는 오는 21일까지 열린다.
현재 국제적으로 약 50명의 작가들과 협업하고 있는 GEP는 서울 쇼룸을 거점으로 한국 미술계와의 접점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갤러리는 앞서 강원 원주의 뮤지엄 산에서 지난 1일까지 열린 우고 론디노네의 국내 최대 규모 개인전 ‘Burn to Shine’에도 협력했다. 프레젠후버 대표는 “한국의 현지 기관, 컬렉터들과 네트워크를 확장해나갈 계획”이라며 “한국에는 훌륭한 아티스트가 많다. 향후 한국 작가를 전속으로 영입하는 방안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