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재 심뇌혈관센터장이 말하는 뇌혈관질환 골든타임과 치료법
4050 ‘젊은 뇌졸중’ 환자 증가세… “자고 나면 낫겠지” 넘기면 안돼
응급환자, 전문의가 30분내 진료… 뇌혈관 시술 1시간 이내에 실시
‘목표체온유지치료’ 합병증 감소
―최근 뇌졸중이 급증하는 주요 원인은 무엇인가.
“현장에서 가장 크게 체감하는 것은 ‘환자군의 고령화’와 ‘발병 연령의 이봉화(Bimodal distribution)’ 현상이다. 80세 이상 초고령 환자가 급증하는 동시에 서구화된 식습관과 스트레스로 인해 40, 50대 ‘젊은’ 뇌졸중 환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최신 역학 연구에 따르면 고혈압, 당뇨병 등 전통적 위험 요인 외에 미세먼지 같은 환경적 요인도 뇌혈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다. 특히 심방세동 등 부정맥 유병률 증가가 중증 색전성 뇌졸중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예방적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뇌졸중에서 골든타임은 환자의 예후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골든타임이 특히 치명적인 질환은 허혈성 뇌졸중(뇌경색)이다. 뇌경색의 골든타임은 4시간 30분인데 혈전용해제는 증상 발생 후 이 시간 이내에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혈전용해제 투여 후 기계적 혈전 제거술까지 빠르게 이어지면 혈관 재개통 성공률이 대폭 높아진다. 반면 뇌출혈은 진행이 매우 빠르므로 가능한 한 고도의 응급 치료를 즉시 시행해야 임상 예후에 유리하다. 골든타임 내 혈관을 재개통시킨 환자는 그렇지 못한 환자에 비해 독립적인 일상생활로 복귀할 확률이 3, 4배 이상 높다.”
―중증 뇌혈관질환을 의심할 만한 초기 증상은….
“말이 어눌해지거나 잘 나오지 않는 언어장애가 있다면 즉시 119를 통해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증상이 나타났다가 금방 사라지는 ‘일과성 뇌허혈 발작(TIA)’도 대형 뇌졸중의 강력한 전조 증상이므로 절대 간과해선 안 된다. 이 경험자 3명 중 1명은 결국 뇌졸중이 발생한다. 가장 명확한 기준은 ‘BE-FAST’ 법칙이다. △B(Balance): 갑작스러운 중심 잡기 어려움 △E(Eyes): 시야 장애나 복시 △F(Face): 한쪽 얼굴 처짐과 비대칭 △A(Arm): 한쪽 팔다리 힘 빠짐 △S(Speech): 발음 어눌함 △T(Time): 시간은 이 중 하나라도 해당되면 즉시 119를 통해 전문 센터로 이동해야 한다는 의미다.”―참조은병원 심뇌혈관센터는 어떤 진료 시스템을 갖추고 있나.“핵심은 ‘365일 24시간 즉시 가동 시스템’이다. 뇌졸중은 예고 없이 찾아오기에 신경외과 전문의가 상주하며 응급실 도착과 동시에 진단-시술-중환자 케어까지 중단 없이 이어지는 ‘원스톱 하이패스’ 체계를 구축했다.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하면 전문의가 30분 이내에 진료를 하고, 필요시 뇌혈관 시술을 1시간 이내에 진행한다. 중환자실 치료 역시 신경외과뿐 아니라 호흡기, 신장, 감염내과 등 다양한 진료과 전문의가 협진하는 다학제 시스템으로 이뤄진다.”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면 어떤 과정으로 진단과 치료가 진행되나.
“응급실 도착 즉시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뇌경색과 뇌출혈 여부를 빠르게 판단한다. 이어 뇌혈관 CT와 뇌관류 CT를 함께 시행해 혈관 상태와 혈류량을 동시에 평가한다. 과거에는 CT 촬영 후 추가로 MRI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현재는 단 한 번의 CT 검사만으로 뇌출혈·뇌경색 여부, 원인 부위, 혈류 부족 상태까지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다. 진단 즉시 혈관 내 시술이나 수술적 치료로 연계된다.”
―최근 뇌혈관질환 치료 기술이나 환경은 어떻게 변화했나.“과거 개두술 중심에서 최근에는 혈관 내 시술(Intervention)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머리를 열지 않고도 혈관을 통해 병변에 직접 접근해 치료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특히 CT 기술의 발전으로 진단 속도가 획기적으로 빨라지면서 대형 대학병원이 아니더라도 역량을 갖춘 지역 거점 병원에서 중증 뇌졸중 환자를 신속하게 치료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합병증을 줄이기 위한 ‘목표체온유지치료’란 무엇인가.
“목표체온유지치료(TTM)는 현대 신경계 중환자 의학의 정수다. 심정지 후 자발 순환이 회복된 환자나 중증 뇌 손상 환자의 체온을 일정 기간 32∼36도로 낮춰 일종의 동면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체온이 내려가면 뇌의 에너지 요구량이 감소하고 활성산소와 염증 반응이 줄어 2차 뇌 손상을 억제할 수 있다. 원래 심정지 환자에게 쓰던 치료법인데 현재는 중증 뇌출혈이나 광범위한 뇌경색 등 뇌부종 위험이 큰 환자에게도 적극 적용된다. 열 발생을 차단하고 뇌를 보호해 환자의 생존율과 신경학적 예후를 개선하는 필수 전략이다.”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뇌졸중은 ‘운’이 아니라 ‘관리’와 ‘대응’의 영역이다. 갑작스러운 언어장애나 마비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절대 가볍게 넘기지 말아야 한다. 특히 증상이 잠시 호전되더라도 이는 폭풍전야 같은 전조 증상일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평소 혈압과 혈당을 철저히 관리하고 의심 증상이 생겼을 때 ‘자고 일어나면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시간을 지체해서는 안 된다. 순간의 신속한 결단이 여생을 바꾼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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