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를 영화로 읊다] <127> 낙치(落齒) (상)


| ‘낙치(落齒)’ 중에서 |
| …돌이켜보니 처음 이 하나 빠질 땐, 휑한 것 부끄럽다고만 생각했는데. 두세 개가 빠질 때에 이르러선, 노쇠하여 죽게 될 것 근심하기 시작했지.… 남들은 이가 빠지면, 장수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하지만.나는 삶에는 끝이 있으니, 길거나 짧거나 모두 죽을 뿐이라고 말하네. 남들은 이가 휑해지면, 주변 사람이 놀라서 유심히 본다고 하지만. 나는 장자(莊子)가 이렇게 말했다 하네, 나무와 거위가 각각 좋은 점이 있다고.발음 새면 과묵해져서 정말 좋고, 씹지 못하면 부드러워져 좋다네.…… 憶初落一時(억초락일시), 但念豁可恥(단념할가치). 及至落二三(급지락이삼), 始憂衰即死(시우쇠즉사).… 人言齒之落(인언치지락), 壽命理難恃(수명리난시). 我言生有涯(아언유생애), 長短俱死爾(장단구사이).人言齒之豁(인언치지활), 左右驚諦視(좌우경체시). 我言莊周云(아언장주운), 木雁各有喜(목안각유희). 語訛默固好(어와묵고호), 嚼廢輭還美(작폐연환미).… |
시인은 다른 시에서 “이가 빠지고부터 비로소 혀가 부드러운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自從齒牙缺, 始慕舌爲柔.)”(‘赴江陵途中…’)고 읊은 바 있다. 노자는 일찍이 이는 단단해서 빠지고, 혀는 부드러워서 남게 된다고 말한 바 있는데(‘說苑’, ‘敬愼’), 이 시의 부드러운 것이 좋다는 표현도 혀를 두고 한 말이다.
노화의 생리를 누구도 거스를 수는 없다. 그러나 내 모습이 쇠락한다고 존재 가치도 사라지는 건 아니다. 강한 이가 먼저 빠지고 연약한 혀가 버티듯, 우리 삶에도 순간의 젊음이 지나가도 긴 노년의 시간이 남는다. 부끄러움과 두려움에도 노화를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이고 달관하려는 시인의 자세가 인상적이다.
임준철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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